좁은 스트라이크존 서덕스도 대략 난감
서재응(31·KIA)은 인하대 재학 중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프로선수 생활을 98년부터 미국에서 시작해 꼬박 10년을 했다. 올시즌 높은 몸값을 받고 고향팀으로 돌아온 서재응에게 한국야구는 미국과 많이 달랐다.
![[야구 IN]서재응이 본 ‘미국과 한국야구 다른점’](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4/30/20080501.02500106000006.01M.jpg)
두산-KIA전에 앞선 30일 잠실구장. 서재응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역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에서 야구하다 한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자신과 같은 복귀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프로야구에는 없는데 한국프로야구에 있는 게 몇 개 있었다는 서재응. 이를 알아가는 게 바로 그의 한국프로야구 적응기였다.
△‘쿠세(버릇)’잡는 전력분석팀
서재응은 “미국에서는 상대의 쿠세를 잡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간혹 선수끼리는 상대 선수의 습성 등에 대해 얘기하곤 하지만 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분석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 프로팀들의 상대 쿠세를 잡기 위한 노력은 세밀하게 상대를 분석하는 일본프로야구를 따라한 것이다.
서재응은 “한국에서는 한두 달만 있으면 상대에게 (쿠세를) 읽힌다”고 말했다.
최근 와인드업 때 왼쪽 발을 조금 정지했다가 던지는 것도 상대의 전력 분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물론 서재응도 상대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를 반쯤 알고 들어갈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클리닝타임
한국의 심판은 5회가 끝나면 심판실로 잠시 들어간다. 이때 구장 관리인들은 지워진 주루선을 다시 긋고 그라운드를 평평하게 다진다. 이른바 클리닝타임.
서재응은 “그런(클리닝타임) 광경은 한국에서밖에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클리닝타임이 없다.
서재응은 “한국의 긴 경기 시간이 미국과 다르다”고 했다. 실제 경기 시간이 아니라 경기 시간 외의 경기 진행 과정 시간이 너무 길어 투구 템포 조절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 진행 노력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서재응은 “야구는 이겨야 하니까 미국도 사인 많이 내고 투수 교체를 자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며 “대신 미국은 자투리 시간을 아껴쓴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투수가 마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 타자는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심판의 경기 시작 사인이 나오면 곧바로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 교체 때도 불펜에서 뛰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속도 표시 단위
서재응이 느끼는 한국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무척 좁다. 미국에 비해 상하좌우 모두 좁고 특히 아래와 위는 더욱 인색하다는 게 서재응의 판단이다. 스트라이크존 귀퉁이를 노리는 ‘컨트롤아티스트’ 서재응에게는 반갑지 않은 심판의 성향이다.
구속 표시 단위도 익숙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일(mile)보다 한국의 킬로미터(㎞)가 큰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이라고. 서재응은 “한국에서 시속 145~146㎞를 던지면 미국에서보다 숫자가 커 스스로 강속구 투수인 줄 알고 속도에 신경쓰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제구력 투수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