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제구력속 무실점
포수와 호흡 값진 신고식
SK 김성근 감독은 “올라가서 던지는 것을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분히 시험 등판적인 의미. 김감독은 7일 잠실 LG전에서 사흘 전 KIA에서 이적한 왼손투수 전병두(24)를 선발에 올리며 그의 역할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조차 그려두지 못했다.
최근 KIA에서 SK로 트레이드된 전병두가 7일 잠실 LG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기자
사실 계산하기도 어려웠다. 김감독은 전날 경기 전 전병두가 피칭하는 것을 지켜본 뒤 그의 선발 등판 가능성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은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날이다.
△볼넷 홍수 속 승리
실제 전병두는 등판하자마자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감독이 “전병두는 던지는 지점 자체가 일정치 않아 제구 또한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전병두는 1회말 LG 톱타자 이대형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고 2번 안치용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 전병두는 곧 마운드를 내려갈 분위기였으나 LG의 실수 탓에 기사회생했다. 3번 이종열 타석에서 리드 폭이 큰 2루주자 이대형을 잡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렇다고 제구력까지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전병두는 2회까지 투구수 39개를 기록하며 스트라이크를 17개밖에 넣지 못했다. 이상적인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2대1인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제구력으로 경기를 풀어간 셈이다.
그래도 전병두는 팀타선의 지원과 상대의 집중력 부족을 틈타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5이닝 동안 1안타만을 맞고 볼넷을 7개나 허용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전병두는 올시즌 KIA에서 1승3패에 방어율 8.31을 남겼다. 이번이 시즌 2승째다.
△경기 뒤 말말말
김성근 감독은 우선 “투수는 역시 포수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며 포수 박경완을 칭찬했다. 아울러 “1회만 해도 상당히 굳어 있었는데 견제사를 시키면서 조금 여유를 찾은 것 같았고 3회부터 몸이 부드러워져 변화구 구사가 잘됐다”며 경기 흐름에 따른 전병두의 변화를 설명했다.
김감독은 또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넣어볼 생각”이라며 그를 지체 없이 중용할 의사도 밝혔다.
전병두 또한 큰 고비를 넘겼다는 표정. “이적 후 첫 경기인데 이겨서 기쁘지만 승리할 생각보다는 피칭 밸런스만 잡히기를 바라면서 던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