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식 기법 도입 경기전 배팅볼 타격 생략
적시타 부족 산발 14안타 5연패 수렁 아쉬움
두산-롯데전을 앞둔 11일 오후 4시30분 잠실구장.
그라운드가 텅 비었다. 홈팀 두산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철수했고, 이어 바통을 받아 그라운드에서 훈련해야 할 롯데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야구 IN]로이스터 ‘쉬엇 효과’ 절반의 성공](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6/11/20080612.02500105000007.01L.jpg)
보통 원정팀 선수들은 경기 시작 2시간이나 2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를 전후해 야구장에 도착해 훈련하는데 어찌 된 일일까. 일찌감치 관중석에 자리잡은 3루쪽 롯데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선수들이 없지”라고 수군거렸다.
▲“훈련 NO”
이 시각 롯데 선수들은 숙소인 롯데호텔에 있었다. 이들은 오후 5시에 숙소에서 나섰고 5시12분에 야구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선수들은 가볍게 러닝과 스트레칭만 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몇 명의 선수만 홈플레이트 뒤쪽에서 김무관 타격코치가 던져주는 볼을 치는 토스배팅을 할 뿐이었다. 롯데는 지극히 이례적으로 배팅볼 타격훈련과 수비훈련을 하지 않고 경기준비를 마쳤다.
이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최근 극심한 타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변화책이었다.
롯데는 6월 들어 방망이가 갑자기 차갑게 식었다. 6경기 팀타율이 1할7푼1리(152타수 26안타)로 득점은 고작 9점, 경기당 1.5점에 불과했다. 이전 5경기(5월27일~6월1일)에서 무려 3할7푼8리를 쳤던 팀타선이 갑자기 침묵하면서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타격 부진을 극복할 해법에 대해 “체력문제는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매일 경기 전에 타격훈련을 하는 정형화된 시스템을 바꿔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이스터가 말한 변화의 핵심은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볼을 치는 타격훈련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종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절반의 성공
로이스터 감독은 “배팅볼 투수가 던지는 볼과 실제 투수가 던지는 볼은 차이가 난다. 배팅볼을 치는 타격훈련은 단순히 몸푸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평소에도 타격훈련을 많이 했다. 오히려 타석에서의 접근법, 마인드가 문제다. 쉬면서 상대 투수를 분석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결국 로이스터 감독이 훈련을 생략한 것은 선수들이 스스로 부진을 풀어갈 수 있도록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주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감독의 변화에 선수들이 정신력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타격훈련 없이 실전에 들어간 롯데의 방망이는 일단 반전의 분위기를 탔다. 1회초 톱타자 정수근부터 시작해 9회까지 14개의 안타를 쳐 슬럼프의 분위기를 깼다. 타격 훈련 없이도 실제 경기에서는 충분히 잘 칠 수 있음도 증명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안타는 대부분 산발이었고 적시타 부족으로 4득점을 올리는데 그쳐 5연패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