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영웅이 난다.
최하위로 바닥을 친 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우울했던 KIA.
그런데 ‘공포의 9연전’을 6승2패로 끝냈다. 타선도 마운드도 4월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포수도 없고 중심타선도 비었지만 그 공백을 보이지 않게 해준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맨 앞에 김원섭(30)이 서있다.
△일당백 톱타자
![[야구 IN]생애 첫 타격 1위 김원섭, 일당백 톱타자 5연승 주역](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12/20080513.02500110000004.01M.jpg)
KIA 톱타자는 이용규다. 하지만 지금은 김원섭이다.
장성호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최희섭이 부진하면서 이용규는 3번으로 뛰고 있다. 이용규와 테이블세터를 이뤄 2번으로 뛰던 김원섭이 톱타자로 올라갔다. 6일 광주 삼성전부터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했던 김원섭의 성적은 톱타자를 맡은 6경기 동안에도 변함이 없다. 2루타 2개를 포함해 26타수 10안타(3할8푼5리) 6득점 4타점을 올렸다. 도루도 2개를 기록했다. 그 사이 KIA는 5연승을 내달렸다.
김원섭의 타순은 한곳에 고정돼 있던 적이 없다. 언제나 팀 사정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잘 치고, 잘 달리는 김원섭이 없었다면 KIA는 이용규의 타순을 옮길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테고 중심타선 운용이 어려워져 5연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상 중인 장성호가 돌아오면 톱타자는 다시 이용규가 된다. 김원섭은 2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김원섭은 12일 현재 출루율 5위(4할3푼9리), OPS(장타율+출루율) 9위(9할9리)다. 타점도 14개로 팀에서 장성호(15개)에 이어 가장 많다.
△생애 첫 타격 1위
김원섭은 12일 현재 타격 1위다. 타율 3할7푼. 9일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5차례 타석에 들어서면서 규정 타석을 채워 타격 2위가 된 뒤 10일 1위로 올라섰다.
김원섭이 타격 부문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3년 두산에서 KIA로 옮긴 이후 백업 외야수로 뛰었다. 가장 많은 경기(114경기)에 출전한 지난해에도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다.
체력 문제는 김원섭의 타격 순위 진입을 방해한 가장 큰 이유였다.
김원섭은 체력이 강하지 못하다. 단국대 1학년 때 만성 간염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잘 나가던 페이스도 뚝 떨어지곤 한다. 마른 체격 때문에 ‘북한 용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혹독한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KIA 역사상 가장 고됐다고 평가받는 스프링캠프를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소화해낸 것 자체가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김원섭에게 큰 힘이다.
김원섭은 “항상 여름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에 비해 안심이 된다”며 “캠프에서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체력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KIA 조범현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체력 문제가 있어 (김원섭을) 좀 쉬게 해주고 싶어도 지금 팀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승부가 많이 벌어진 게임 후반에는 바꿔주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그래도 겨울 동안 훈련을 잘해서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