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라! 양의 경험…버려라! 한방욕심
최희섭(29·KIA)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4경기 연속 안타에 19일 한화전에서는 결승 스리런포로 팀을 구했다. 15일 잠실 LG전에서 날린 좌월홈런에는 현장의 모두가 “이승엽 이후 그렇게 뻗은 홈런은 처음”이라고 파워에 감탄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드문드문 터지는 방망이에 팬도, 본인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터뜨린 홈런 3개 모두 승부를 뒤집은 결정타. 최희섭이 살아나야 KIA도 올라설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최희섭 본인에게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지명타자
![[야구 IN]최희섭이 극복해야 할 3 과제](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4/21/20080422.02500105000003.01M.jpg)
최희섭은 “지난해에는 경기 내내 집중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타석에 설 때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고 했다.
최희섭은 지난해 좌익수로 이동한 장성호의 양보로 1루수를 맡았다. 하지만 장성호가 제자리로 돌아왔고, 최희섭은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언뜻 지명타자는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다르다. 3시간 이상 치르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 수비를 함으로써 경기 내내 상대 투수를 신경쓰고 리듬을 잃지 않게 돼 전반적인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최희섭은 “지명타자가 쉽지 않다. 수비로 나가면 위기 상황 플레이에 대한 감을 계속 지킬 수 있다”며 “지명타자로서 대기록을 달성하시는 양준혁 선배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수비 신뢰도는 물론 타선의 또 다른 축인 장성호의 타격 성적 역시 포지션 결정의 이유였다. 지명타자의 어려움은 팀 상황상 스스로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최희섭 본인도 알고 있다. “매 경기를 통해 적응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변화구 대처
20일 한화전 3회 2사후. 최희섭은 볼카운트 2-2에서 양훈의 시속 118㎞ 변화구에 그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올시즌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최희섭은 21일 현재 정수근(롯데)과 함께 15개의 삼진으로 이 부문 5위다.
올시즌 KIA와 상대했던 A팀 전력분석원은 “최희섭의 위압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은 변화구에 대한 약점이 노출돼서다. 느린 변화구는 치더라도 빠른 변화구에는 약하다”고 말했다.
KIA 조범현 감독도 “최희섭이 한국 야구에 적응할 시간은 지난해로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볼 배합 부분에서 스스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사 부담감
최희섭은 결승 홈런을 친 19일에도 기뻐하기보다는 1회 1사 2·3루 찬스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해결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크다. 최희섭은 “최근 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개막 이후 내가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나쁜 공에 계속 말려들었다. 결과가 나쁘고 팀까지 안 좋다 보니 마음이 처졌다. 경기가 끝나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다 그대로인데 나 혼자 무너지곤 했다”고 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스스로는 ‘부담’이 아닌 ‘자만’이라고 했다. 주위에서 ‘부담’을 준 게 아니라 스스로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자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담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큰 기대 속에 입단한 뒤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최희섭에 대한 기대는 올해 KIA 전력이 강해졌다는 평가 속에 더 높아졌다. 하지만 두통으로 스프링캠프를 실패한 뒤 시즌 초반 팀 성적 추락에는 최희섭의 부진이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최희섭은 지난 12일 롯데전부터 3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큰 자극이었던 동시에 부담을 덜 기회도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