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받고 새 출발
땜빵 선발 출전 6이닝 무실점
삼성-한화전이 열린 4일 대구구장. 삼성 조진호(33)가 약 4년 7개월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9연전에서 ‘땜빵 선발’로 출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삼성 선동열 감독의 부름을 받은 조진호는 역투했다. 한화의 강타선을 맞아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4안타 무실점 1삼진을 잡으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SK 선수로 뛰던 2003년 8월22일 인천 롯데전 이후 맛보는 짜릿한 승리의 기쁨이었다. 한국무대에선 5승(5패)째.
선감독은 “조진호가 너무 잘 던졌다”면서 “6이닝 동안 2~3점으로 막아주길 기대했는데 정말 호투했다”고 좋아했다.
△빅리거→국내 컴백→병풍→방출
조진호는 98년 보스턴에 입단해 이듬해 박찬호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두번째로 메이저리그에 등판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조진호의 ‘화려한 외출’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의 야구 인생 10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빅리그에서 2승6패, 방어율 6.51을 기록한 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02년 8월 SK에 입단하면서 재기를 노렸다. 2003년 4승5패, 방어율 5.20을 기록했지만 그해 터진 병역 비리에 연루된 뒤 2004년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10월 입단 테스트를 통해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원을 받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조진호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1군 무대에 입성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직구에 자신감이 있었다”
조진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컨트롤이 좋기로 유명했다. 조진호는 이날도 무4사구로 역투했다.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한 조진호는 커브와 슬라이더·체인지업 등을 골고루 뿌렸다. 하지만 조진호는 변화구보다 직구의 구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조진호는 “2군 경기에서도 시속 143㎞를 찍었는데 포수들이 볼끝이 좋다고 말해줘 자신 있게 던졌다”면서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소득이었다”고 밝혔다. 조진호는 총투구수 80개 중 직구를 43개나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4㎞였다.
△“포기라는 단어는 없었다”
조진호는 승리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 고생 끝에 얻어낸 승리라 메이저리그 1승보다 더 귀하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미국에서도 큰 무대에 서봤지만 이렇게 떨려본 적은 없었다. 긴장을 많이 해 밤잠까지 설쳤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병역 비리로 인해 8개월 동안 실형까지 마친 조진호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은 어머니”라면서 “병역비리가 터졌을 때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오늘 내 모습을 TV로 보셨는지 모르겠다”고 고개숙였다.
조진호는 “공익근무를 하면서도 야구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팬의 함성이 그리웠고, 오늘 그 기쁨을 느꼈다”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