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조언듣고 타격 폼 수십번 고쳐
타고난 골격 새타법 적응 팀타선 견인
SK 박재홍(35)은 “그동안은 내 안에서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고백조로 들릴 만큼 진솔한 한마디. 따지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야구 IN]SK 박재홍 “마음 열었더니 불방망이 화답”](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02/20080503.02500104000006.01M.jpg)
박재홍은 96년 프로데뷔 뒤 바로 ‘30(30홈런)-30(36도루) 클럽’에 가입할 만큼 야구를 정말 잘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2세11개월. 아직도 깨질 기미가 없는 이 부문 최연소 기록이다.
이후에도 2차례나 더 ‘30-30 클럽’에 등록하며 국내프로야구에서 통산 7차례 나온 30-30 기록 가운데 3차례를 점유했다.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대기록과 함께 마음의 벽도 쌓였다.
“내 스스로 발동을 걸며 야구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마음의 벽도 생겼던 것 같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간 그의 성적은 ‘리틀쿠바’로 비롯되는 명성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그런 그가 올시즌 들어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
2일 현재 타율 3할2푼7리(52타수 17안타)에 홈런 5개. 개막 이후 편도선염으로 열흘을 잃은 탓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SK 초강력 플래툰시스템을 뚫고 팀타선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드러난 성적보다 의미 있는 것은 SK 김성근 감독이 인정한 부분이다.
김감독은 박재홍을 두고 “지난 겨울 정말 엄청나게 훈련했는데 훈련도 훈련이지만 생각 자체가 아주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야 수비에서 작은 움직임부터 달라졌다”고 칭찬했는데 박재홍의 변화가 그대로 녹아 있는 멘트다. 박재홍도 자신의 얘기를 시작하며 달라진 마음부터 꺼내놨다.
#“귀를 열었어요”
박재홍은 “그렇게 평온한 마음으로 겨울훈련에 들어갔던 적이 없었다. 또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니 봄에 몸은 무거워도 마음만은 너무 가벼웠다”고 말했다. 귀는 열고 마음은 비운 채 시즌을 준비했다는 말.
주위 얘기부터 잘 들렸다. 갖가지 조언이 마음까지 전달됐다. 덕분에 타격자세도 수십차례 고쳐봤다.
박재홍은 “아마도 스프링캠프를 거치는 몇 달 동안 수십가지 타격자세로 방망이를 쳐 본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한때는 폼이 어색해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자신의 타격자세를 고집스럽게 고수했던 박재홍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따라 움직인 뒤 그 다음에 자기 것을 찾아갔다.
‘만세타법’처럼 거창하게 붙일 말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만의 것은 분명히 생겼다.
#“때를 가립니다”
박재홍이 그간 ‘국제용타자’로 손꼽힌 것은 망설임 없는 적극성 덕분이었다. 또 다른 ‘국제용 타격 면허’를 갖고 있는 이병규(주니치)와도 닮은 점이다. 초구부터 아주 거침없이 방망이를 냈다.
그러나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린다. 박재홍은 “적극적으로 자신 있게 방망이를 내는 것은 변함없다”면서도 “과거에는 자신감만 앞세워서인지 무작정 적극성을 보인 것 같은데 이제는 경기 상황부터 생각하고 타격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팀이라는 개념이 마음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다는 표현이었다.
#“장수 스타일이죠”
오랫동안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은 욕심. 박재홍도 예외는 아니다. 박재홍은 장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 타고난 골격과 후천적 노력이 필요한 것에 동의했다. 선배 양준혁(40·삼성)이 두가지 조건을 모든 갖춘 선수라는 시각도 보였다. 박재홍은 자신을 어떻게 볼까.
일단 물려받은 골격에 대해서는 바로 감사해할 만큼 자신 있어 했다. 더불어 지난해 말부터는 몇 배의 노력을 더하고 있는 것은 팀관계자들로부터도 확인된 부분. 박재홍은 “나도 오래하는 스타일”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