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열흘째. 팀별 7~8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개막하자마자 저 밑으로 곤두박질칠 것 같던 우리 히어로즈가 연승을 달렸고, ‘설마’ 했던 롯데는 ‘타선 폭격’을 발판 삼아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우승 후보로도 꼽히던 두산은 5연패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시즌 첫 열흘 동안 개막 전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은 주인공을 돌아본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나 톱타자야
![[야구 IN]프로야구 ‘뚜껑’ 열어보니…](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4/07/20080408.02500105000005.01M.jpg)
삼성 박한이(29)는 지난 겨울이 가장 우울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직접적인 질책을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선감독은 지난 시즌 이후 겨울 내내 톱타자 고민을 드러냈다. “확실한 톱타자를 구해야 한다”며 박한이의 트레이드 가능성까지도 시사했다.
박한이의 ‘굴욕’은 시범경기에서 절정에 달했다. 신인 허승민에게 톱타자 자리를 내주고 2군으로 내려갔다. 데뷔 이후 지켜온 톱타자 수성은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개막하자마자 엄청난 반전이 펼쳐졌다.
개막전 톱타자는 박한이였다. 항상 지켰던 중견수 자리는 허승민에게 주고 우익수로 옮겼지만 이후 8경기 연속 톱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문제는 없어보인다. 7일 현재 타율 2위(4할2푼9리), 안타 2위(12개), 득점 4위(7개)다. 출루율은 5할2푼9리로 2위. 8개 팀 톱타자 가운데 가장 좋다.
△괴물의 잠수
개막 후 가장 큰 충격은 개막전에 나선 류현진(21·한화)이었다. 3월29일 롯데전에서 5이닝 6안타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무엇보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4사구 7개를 기록했다. 삼진은 4개.
시범경기부터 징조는 있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이 호되게 질책할 만큼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2006년 투수 3관왕에 2007년 탈삼진왕 류현진이 개막전에서 그렇게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행히 4일 KIA전에서 류현진은 완투승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2경기 등판 결과는 기록으로 남았다. 7일 현재 4사구 10개로 1위다. 삼진은 8개로 7위.
류현진은 탈삼진 1위(204개)를 차지한 지난해 경기당 6.8개를 잡아냈다. 4사구는 54개로 경기당 1.8개밖에 되지 않았다.
△도루왕은 어디로
KIA 윌슨 발데스는 시범경기 도루왕이었다. 9경기에서 10개를 성공시켰다. 흔치 않은 2루에서 3루 도루도 몇 차례 성공시켜 KIA의 기동력 야구를 이끌 것으로 기대받았다.
그런데 개막 이후 소식이 없다. 8경기에서 딱 1개. 실패도 한 차례 있었다.
출루를 못하기 때문이다. 7일 현재 발데스의 출루율은 1할2푼5리. 8경기에서 23타수 2안타에 4사구 1개. 1루 베이스를 밟아본 게 딱 3번이다. 그런데도 2득점을 올렸다. KIA로서도 일단 발데스가 주자로 나가면 쉽게 풀 수 있으련만 출루 자체가 쉽지 않다.
△LG 마운드는
LG는 시범경기를 통해 마운드가 강해졌다고 평가받았다. 최강 마운드를 자랑하는 SK 김성근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도 “LG 마운드가 세졌다”고 인정했다.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최원호·이승호·심수창이 다퉜다. 고졸신인 정찬헌과 이범준까지 특급 구위를 과시하는 바람에 기존 주전투수들이 개막 엔트리 진입을 걱정할 정도였다. 타선 보강 없이 시즌을 맞으면서 LG에 기대하는 무게 중심은 자연히 마운드로 쏠렸다.
그런데 개막 후 사정은 다르다. 믿었던 1~3선발이 1승도 못 올렸다. 팀 방어율은 7일 현재 4.56으로 7위다. 3차례 연장전을 치르는 바람에 투구 수와 이닝 수는 가장 많다. 류택현과 김민기 등 경험 있는 불펜은 부상으로 전혀 던지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만은 자신 있었지만 벌써부터 “투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