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그래도 가볼 만한 잔치였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1·2·3선발인 김광현(20·SK)·류현진(21·한화)·봉중근(28·LG). 이들이 22일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지난 주말 한반도를 뒤덮은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취소 경기가 늘어나면서 주중 첫 경기에 각팀 에이스가 쏟아지듯 나왔고, ‘왼손 빅3’도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단순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누구도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할 일만도 아니다. 오히려 대표팀 마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목마른 1승
모두가 1승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 인천 롯데전에 등판한 김광현은 시즌 12승 사냥에 실패하며 다승 선두 자리를 윤석민(KIA)과 나누게 됐다. 6이닝 동안 7안타 3실점. 3-3에서 마운드를 넘겨 승패없이 물러났다. 1회말 1점을 먼저 등에 업었지만 4회 롯데 가르시아에게 역전 3점홈런을 맞고 쉽게 승리를 따낼 기회를 놓쳤다.
류현진도 대전 두산전에서 등판해 7이닝을 6안타 3실점으로 막았지만 시즌 11승 고지에도 발을 올리지 못했다. 김광현과 똑같이 3-3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와 승패없이 경기를 마쳤다. 그래도 경기 후반 팀이 역전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에이스로서 체면치레를 했다.
올시즌 빈곤한 득점지원율 탓에 ‘왼손 빅3’ 가운데 승수가 가장 적은 봉중근은 잠실 히어로즈전에서 8회까지 상대 타선을 3점으로 막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1점을 더 내주고 물러났다. 8.2이닝 동안 9안타 4실점. 역투, 분투 등 갖가지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지만 시즌 9승을 따내기에는 버거웠다. 0-4 패배.
#짧은 위기, 긴 평화
셋 모두 한 차례 위기에서 많은 실점을 해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위기 뒤 평정심을 찾는 것도 빨랐다.
김광현은 1-0이던 4회 가르시아에게 2사 1·2루에서 가운데로 몰린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벼락 같은 우월 3점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5회와 6회를 실점없이 막으며 퀄리티스타트로 경기를 마쳤다. 특히 최고 구속으로 시속 150㎞를 찍으며 구위로는 인정을 받았다.
류현진도 1회에는 정신 못차릴 만큼 흔들렸다. 빗맞은 안타 2개와 내야안타 2개, 그리고 볼넷 2개와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3실점했지만, 2회부터 7회까지는 두산 타선을 2안타로 누를 만큼 안정감을 보였다. 투구내용만 보면 최근 4경기에서 31.2이닝을 던지며 2실점만 한 기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최고구속은 시속 146㎞.
봉중근도 3회 3번 이택근에게 좌월 3점홈런을 맞은 것을 빼고는 8회까지 완봉급 피칭. 9회 2사까지 4점을 내줬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7월 3경기에서 방어율 1.14를 달린 것에 흠집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