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삼성 협상 느긋하게한결 수월해진 일본행도 변수
김재현, 홍성흔 (왼쪽부터)
입시 요강이 갑자기 바뀌었다. 학교와 학생 모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한 모습이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FA를 신청한 선수나 FA를 잡으려는 구단이나 규정 준수 때문에 장고하고 있다.
8개 구단은 ‘올해 만큼은 FA의 계약금 및 다년 계약 불가, 연봉 상한선(50%) 등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 FA 규약을 지키자니 ‘대어’를 놓칠 것 같고 FA 규약을 어기자니 5000만원의 제재금 등 징계가 부담스럽다.
이런 난국에서 F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답은 나오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손민한, 박진만 (왼쪽부터)
△FA 계약은 신중히
올해처럼 FA가 포지션별로 풍족한 적은 없었다. 김재현·이진영(이상 SK)·박진만(삼성)·홍성흔(두산)·정성훈(히어로즈) 등 각 구단의 중심타자들이 ‘FA 대박’을 기대하며 시장에 나왔다. 손민한(롯데)과 이혜천(두산) 등 간판 투수들도 자신의 몸값을 평가받겠다고 FA를 신청했다.
지난해까지 각 구단은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에 간판선수들을 잔류시키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10일 ‘FA 시장’이 막을 올렸지만 조용하다. 구단이나 선수나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FA 계약에 있어 속전속결을 자랑하던 삼성도 박진만과의 첫 협상을 14일로 잡았을 정도다.
한 구단의 FA 협상 책임자는 “이번에는 다른 구단의 FA 계약 발표 내용을 지켜본 뒤 움직일 생각”이라면서 “우선협상기간에 도장찍는 FA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본 변수
이번 FA 중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손민한과 이진영은 김동주(두산)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는 조동윤씨와 대리인 계약을 맺었다. 이혜천은 임창용(야쿠르트)의 에이전트인 박유현씨가 일본 입성을 위해 돕고 있다.
일본 구단들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야구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좋은 조건으로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특히 이혜천의 주가가 상한가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10일 “요미우리가 이혜천을 영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외에 야쿠르트와 요코하마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혜천은 우선협상기간에 두산과 탐색전만 벌일 것으로 보인다.
‘FA 대어’들은 가능한한 시간을 끌고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구단으로 둥지를 옮길 전망이다.
노우래기자 sporter@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