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지금껏 뛰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LG 안치용(29). 그는 2006년 정규시즌 뒤 LG 유니폼을 벗을 뻔했다. 그해 가을 1차로 정리해고 선수 명단을 추린 결과, 안치용은 맨 앞줄에 있었다. 보류선수에서 제외될 퇴출 후보 가운데 1순위였다.
그러나 구단-현장 간의 재검토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재능이 아깝다는 게 그를 더 두고 보게 한 배경이었다.
#유망주, 입단 7년차에 날다
![[야구 IN]안치용의 인생역전…유망주▶퇴출 0순위▶화려한 부활](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11/20080512.02500105000010.01M.jpg)
더듬어보면 유망주 중에서도 유망주였다. 2002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LG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고려대를 졸업한 동기생 박용택에 버금가는 기대를 받았다.
2003년에는 당시 LG 사령탑이던 이광환 히어로즈 감독이 시즌 개막과 함께 안치용을 주전 중견수로 기용하기 위해 이병규(주니치)의 1루수 전향까지 검토할 정도였다.
그러나 안치용 관련 계획은 늘 벤치의 생각만으로 끝났다. 안치용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변죽만 울리며 보낸 세월. 안치용이 나이 서른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안치용은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3번타자 겸 우익수로 나와 0-1이던 6회초 2사 2루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좌월 역전 2점홈런을 치는 등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며 팀의 9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괴물’ 류현진을 잡은 대포가 바로 프로데뷔 첫 홈런.
어느새 주전자리도 꿰찬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1군에 올라온 뒤 타율 4할1푼(39타수 16안타)에 1홈런 11타점. LG 김재박 감독도 “베이스러닝 센스도 뛰어나고 치는 재능도 좋다”며 안치용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부활의 힘은 절박함
안치용은 지난 겨울을 2군 구리구장에서 보냈다. 다른 유망주나 1.5군 선수들처럼 스프링캠프에 쫓아가 코칭스태프 앞에서 눈도장 찍을 기회도 없었다. 전훈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던 그는 절박함으로 다시 일어났다. 개인훈련을 하며 마지막 기회를 엿봤고, 스프링캠프지에서 주목받던 과거보다 몇 배는 더 땀을 흘렸다.
안치용은 지난 겨울 얘기를 하자 빙그레 웃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욕심부릴 처지가 아니다. 경기에 계속해서 나가는 게 목표이고 뛰는 것 자체를 감사하고 있다”며 대전구장의 공기가 맛있다는 듯이 들이마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