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대타작전 연일 짜릿한 승전보
16일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국-일본전, 한국이 5-2으로 앞서 있던 9회말 한기주가 일본 아라이와 무라타에게 안타를 허용해 위기에 몰리자 당시 중계방송하던 KBS의 순간 시청률이 45%까지 뛰어올랐다. 야구 대표팀의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을 증명하는 데이터다.
한국은 9회말 한기주가 불안했지만 정대현이 5-3으로 앞선 1사 2·3루 상황을 실점없이 잘 막아 승리를 지켰다.
첫 경기 미국전 8-7 역전승, 캐나다전 1-0의 살 떨리는 완봉승, 숙적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거둔 5-3 승리 등 야구 대표팀이 연일 짜릿한 승리를 만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각 팀의 전력이 비슷해 매 경기 접전이 벌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특유의 ‘김경문 야구’가 흥미를 더하고 있다.
#타짜야구
13일 미국전 9회말. 6-7로 뒤진 한국은 선두 7번 대타 정근우의 좌익선상 2루타로 기회를 잡았다. 완벽한 번트 작전 기회. 보통 주자를 3루로 보내놓고 동점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9회 안에 승부를 내고 싶어했다. 8번 박진만 대신 대타 김현수를 기용했다. 강공 작전이었다. 그는 뒤집기를 원했다. 동점의 안전함보다는 역전에 운명을 걸었던 것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김현수는 2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땅볼 타구로 득점을 올렸고 상대 실책에 이종욱이 희생플라이를 보태 8-7로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압박야구
미드필드부터 라인을 구축해 밀고 올라가는 압박축구는 공간의 싸움이다. ‘김경문호’에는 상대를 몰아붙여 상대의 공간을 빼앗는 특유의 팀 분위기가 있다. 대표팀은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강한 기운을 갖고 있다.
뒤를 쫓는 것도 잘 한다. 일본전 때 윤석민이 6회말 아라이에게 2점홈런을 맞자 7회초 이대호가 곧바로 2점홈런으로 응수, 상대를 압박했다.
압박당한 상대는 실책하기 마련. 미국전 9회말에는 미국 투수 제프 스티븐스가 견제 실책으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고, 일본전에는 9회초 포수 아베가 어이없는 2루 송구 실책으로 주저앉았다.
#뚝심야구
김 감독은 힘으로 붙어서 이길 수 없다면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야구의 속설’을 신봉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소속 팀 중심타선을 지키고 있는 좌타자들은 충분히 힘으로 좌투수를 버텨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전 7회 좌완 브라이언 듀엔싱이 등판했을 때 김 감독은 선두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좌타자였지만 오른손 대타를 기용하지 않았다. 모두 듀엔싱에게 당했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또 일본전 9회에도 좌완 이와세에게 좌타자 김현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캐나다전에 선발 류현진을 끝까지 고집한 것도 특유의 뚝심이었다. 류현진을 교체할 타이밍이 두세번은 있었지만 김 감독은 경기 뒤 “류현진보다 구위가 나은 투수가 없다. 원래부터 끝까지 맡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베이징|특별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