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유행하는 미스터리 재연물들.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갖가지 이야기들이 대역배우의 연기를 통해 재밌게 묻어난다.
![[야구 IN]SK 이진영 “2인자? 그 오래된 징크스와의 작별”](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6/30/0701-78a.jpg)
SK 이진영(28)에게도 오래된 징크스 하나가 있다.
때는 2001년 겨울쯤. 재미삼아 가족 운세를 보고 오신 어머니께서 "진영아, 너는 국내에서는 잘해도 2등이라고 하고, 밖에서는 1등이라고 하네"라는 말씀을 툭 던지셨다.
당시만 해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야구를 하면 할수록 그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이진영은 2004년 4할을 넘보는 타율로 그라운드를 달궜지만 결국에는 타격 2위로 시즌을 마쳤다.
3할4푼2리로 타격 1위 브룸바(당시 현대)에 불과 1리 뒤졌다. 그해 겨울, 그래도 구단 내에서 평가는 받겠거니 하고 연봉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그 자리에서 받은 성적표는 야수 가운데 고과 2위. 또 2등이었다.
이후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환상 수비로 '국민우익수'라는 타이틀를 달며 1등 대우를 받았다. 그 겨울 어머니의 말씀이 또 떠올랐다.
#2등 아닌 바닥에서 재출발
그리고 2007년. 2등의 아쉬움을 되씹는 것은 사치였다.
이진영은 김성근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은 2007년을 타율 3할5푼으로 마쳤지만, 부상과 플래툰 시스템에 막혀 고작 80경기에 출전하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이후 2008시즌을 위해 겨우내 치열한 싸움을 했지만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다.
4월을 마치고 5월로 접어들며 타율 2할8푼8리(80타수 23안타). 괜찮은 성적이다. 그러나 99년 프로 데뷔 뒤 6월30일 현재 통산 타율이 3할3리에 이르는 이진영에 대한 기대값에 비하면 모자람이 있어보였다.
"5월이 시작됐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이세 타격코치님도 올해 SK로 오시기 전부터 저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존 갖고 있던 이미지에 비해 실제 모습을 실망스럽게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인정받은 것 같아요."
이진영은 타율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30일 현재 타율 3할5푼2리로 3위로 내려앉았지만, 29일까지 선두를 달리는 등 연일 반 발짝 승부를 하고 있다.
이진영은 5월 들어 홈경기가 열리면 무조건 오후 2시에 그라운드로 나와 특별 타격훈련을 했고, 서서히 자기 것을 찾아갔다. 그렇다고 이세 타격코치의 눈빛에 자극받은 게 전부는 아니다. 이진영은 후배 얘기를 꺼냈다.
"후배들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우리팀 후배들 잘하잖아요. 그런데 잘하는 것도 그렇지만 선배로서는 뭔가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뭔가 얘기해 주고 싶을 때 조금 당당한 위치에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나른한 봄날에 느낀 절박감. 이진영 그곳에서 다시 일어났다.
#이승엽 아닌 이진영으로
김감독은 이진영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이진영이 공을 맞히는 데 포인트를 두는 교타자이지만 이승엽(요미우리)처럼 조금 더 시원하게 스윙하기를 원했다.
이진영도 비거리를 늘리는 스윙궤적를 갖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답을 찾아갔다.
김경기 타격코치는 이진영이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체크해 일러줬고, 이진영은 김감독과 함께 노력한 부분에 김코치가 지적해준 부분을 적용했다.
이진영은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혼합됐다고 말한다.
"두개가 믹싱됐다고 할까요. 과거와 똑같은 타격자세는 아니지만 '잘 맞는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 지는 찾은 상태입니다."
이진영이 올해 완전히 달라진 것 하나.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스탠스를 넓히고 거의 스트라이드 없이 정확성 위주로 타격하고 있다. 삼진이 줄고 타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진영의 6월 타율은 무려 4할5푼5리(66타수 30안타). 삼진은 고작 2개다.
이 페이스면 올시즌에는 1등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진영은 "1등하려고 한다고 되나요. 하다 보면 결과가 나오겠죠"라며 진중한 목소리를 냈다.
<안승호기자 siwo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