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소방수 미워도 다시한번?
조범현 감독, 한기주 다독이며 부활 기대
김경문 감독, 정재훈 등판시켜 자신감 심기
마무리투수는 감독의 믿음을 먹고 산다. 세이브 요건만 성립되면 경기를 끝내는 영광은 팀의 주전 마무리에게 주어진다.
모자를 꾹 눌러쓴 독일 병정처럼 저벅저벅 걸어서 마운드에 오르는 마무리투수의 발걸음은 진중해서 믿음직스럽다. 신뢰를 얻고 있는 마무리일 때 그렇다.
두산-KIA전이 벌어진 1일 잠실구장. 요즘 두 팀의 마무리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30일 현재 정재훈이 8경기, 한기주가 9경기에 출전해 이들은 8개 구단 마무리투수들 중에 적은 출전 경기수로 1·2위다.
△“믿을 수가 없어”
두산 정재훈이 1일 잠실 KIA전에서 9회 등판해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다. 잠실 | 김기남기자
두산 정재훈(41번)은 팀 내에서 입지가 줄고 있다. 지난달 30일 잠실 KIA전 두산이 7-6으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요건이 성립됐지만 정재훈 대신 불펜진인 이재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까지 정재훈의 가장 최근 투구는 지난달 25일 한화전 0.1이닝이었다. 하지만 이재우는 정재훈이 마지막으로 던졌던 25일 한화전에 2.1이닝을 투구했고 27일 한화전에도 1.1이닝을 던졌다.
게다가 30일 경기는 이재우가 불안했음에도 끝까지 던졌다. 이재우는 안타 1개, 볼넷 1개로 2사 2·3루까지 몰렸지만 김경문 감독은 끝까지 그를 마운드에 놔뒀다.
임태훈도 이재우처럼 중용되기는 마찬가지다. 팀의 마무리투수는 어깨가 팔팔한데 중간 계투 요원들이 경기 끝을 책임지는 경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1일 KIA전에 앞서 “중간 투수가 좋아보이면 끝까지 간다”고 말했다. 보직에 상관없이 믿음이 가는 투수를 기용하겠다는 말이다. 선수 기 살리기는 그 다음 일이다.
KIA 한기주는 개점 휴업 상태다. 22일 히어로즈전에서 0.1이닝을 던지고 세이브를 챙긴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른쪽 어깨 근육이 뭉쳐 휴식을 요청했다. 하지만 1군 엔트리에는 들어 있는 상태다. 시즌 초반 한기주의 구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휴업의 이유다.
KIA 조범현 감독은 일주일을 마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다. 1일 경기 전 “트레이너와 선수가 알아서 하는데 나라고 무슨 힘이 있나”라며 한기주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이 정도면 믿으시겠습니까?”
정재훈은 1일 KIA전에 팀이 5-1로 앞선 9회에 등판했다. 선발 이혜천에 이어 임태훈-이재우가 1이닝씩을 막았고 정재훈이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다.
마운드에 오르기 바로 전인 8회말 공격에서 두산이 2점을 보태 편안한 마음으로 출전했다. 첫 타자와의 승부가 관건이었는데 잘 풀어나갔다.
정재훈은 KIA 1번 이용규와의 맞대결에서 볼카운트 1-3에 몰렸지만 차분히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은 뒤 우익수 플라이로 잘 잡아냈다. 이어 김원섭과 나지완을 유격수 땅볼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1이닝을 세 타자로 끝냈다. 시위라도 하듯 깔끔하게 막아냈다. 마무리로서의 안정감을 다시 심는 과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