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완 이용훈(31)은 올시즌 8개 구단 선발 가운데 가장 박복한 투수 중 한 명이다.
25일 SK전 전까지 선발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3실점 이내로 막았지만 그가 받은 성적표는 승리 없이 4패. 방어율 3점대(3.73)의 선발 투수가 무승이라는 성적표에 이용훈도, 팀 동료도, 팬도 첫승에 대한 염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불운의 징크스를 깨기 위해 ‘롯데맨’들은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무심한 하늘은 그를 외면했다.
▲이번에는
![[야구 IN]롯데 이용훈, “됐다” 싶더니만 또 다음 기회로…](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25/20080526.02500105000002.01L.jpg)
롯데 홈페이지 게시판 ‘갈매기 마당’은 이용훈 첫승 기원 릴레이 글이 24일부터 도배됐다.
승운이 없던 이용훈이 25일 SK전에서는 꼭 첫승을 올리길 기도했다. 2005년 손민한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이 대단했던 이용훈은 그해 후반기부터 어깨 부상으로 사라져 오랜 재활 끝에 올해 3년 만에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그 힘든 여정을 잘 아는 롯데 동료와 팬은 승운이 없는 이용훈이 이번에는 6전7기 끝에 첫승을 하기를 기원했다.
부상의 우려를 씻고 투구내용은 좋았지만 타선이 도와주지 못했다. 이용훈이 선발로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팀 타선은 채 1점도 뽑아주지 못했다. 베테랑 박현승은 “그동안 타자들이 너무 못 쳐줘 미안했다. 이번에는 꼭 이기길 바라며 최근 4연승하는 동안 자르지 않았던 수염을 오늘도 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첫승에 대한 부담 탓이었을까. 이용훈은 볼이 가운데로 다소 몰리며 3회말 집중 4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직구 최고 스피드도 시속 143㎞로 평소보다 떨어지는 등 구위도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4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잘 막았다. 타선의 폭발을 기대했지만 롯데는 SK 에이스 김광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또다시 불운에 고개를 숙이기 직전 카림 가르시아가 그를 구원했다.
0-2로 뒤지다 5회초 조성환의 땅볼로 1점을 만회한 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극적인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5-2로 뒤집자 이용훈은 덕아웃에서 달려나와 절친한 선배 손민한과 껴안으며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긋지긋한 불운의 징크스는 엉뚱한 곳에서 발목을 잡았다. 이번엔 수비가 도와주지 않았다. 5회말 2사 1·2루에서 박경완에게 적시타를 맞아 5-3을 허용한 그는 이어 나주환에게도 평범한 중전안타를 맞았다. 그래도 5-4가 돼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견수 김주찬이 전진하면서 잡으려던 볼을 뒤로 흘리고 말았다. 1루주자까지 홈에 들어와 5-5가 된 것이다.
이용훈은 또다시 날아간 첫승에 고개를 숙여야 했고 로이스터 감독은 그를 교체했다. 그러나 한 타자를 더 막도록 뒀으면 어땠을까. 롯데는 6회초 조성환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았으니 이용훈에겐 불운의 절정판과 같았던 한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