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 “해법 모르지만 그래도 믿을맨”
20일 오후 3시30분, 굵은 빗줄기가 뿌리는 잠실구장. LG-롯데전 취소가 결정되자 그라운드에서 훈련중이던 원정팀 롯데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다 들어왔다. 그러나 텅빈 그라운드에서 세찬 비를 맞으며 러닝훈련하는 덩치 큰 선수가 있었다.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야에서 왕복 달리기를 몇차례 하더니 비에 흠뻑 젖어 홀로 덕아웃으로 들어와 짐을 챙겼다. 오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 간판타자 이대호(26)였다. 그는 비오는 잠실구장을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나, 왜 부진한가?
![[야구 IN]이대호 끝없는 부진, 왜?](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7/20/20080721.02500105000004.01L.jpg)
이날까지 이대호의 성적은 타율 2할8푼5리(25위)·58타점(7위)·11홈런(13위). 2006년 타격 트리플크라운에 이어 지난해에도 타격 전 부문 5위 안에 드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거포로 올라선 그의 성적표치곤 많이 부족하다.
5월까지는 페이스가 괜찮았지만 6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7월 들어서는 바닥을 기고 있다. 7월에 치른 15경기에서 1할4푼8리(54타수8안타)에 홈런은 없고 타점은 달랑 2개다.
슬럼프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이런 저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올시즌 3년 만에 3루수로 나서면서 수비부담이 크다는 지적부터, 체중이 늘어나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말도 듣고, 체력이 빨리 고갈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히팅 포인트가 늦어졌고, 선구안도 나빠져 좋지 않은 공에 손이 나가고, 정신적으로도 계속 되는 부진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진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라고 하기엔 그 가짓수가 너무 많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롯데 경기만 10년째 중계하고 있는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복합적인 문제다. 우선 동계훈련량이 적어 6월 이후 체력이 떨어졌고, 체중 문제까지 겹쳐 많아진 몸쪽 공 승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심리적 위축감이 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필성 수비코치는 “3년 전에도 3루 수비를 해봐서 수비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데뷔 후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데 빨리 탈출하지 못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져서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이스터 “해법은 모르지만 믿는다”
로이스터 감독 역시 이대호의 부진이 안타깝기만 하다. 웬만해서는 타선 변동이 없는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는 이대호를 4년 만에 처음 6번타자로 내세웠다.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시작하라는 배려였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의 슬럼프 원인과 부진 탈출 해법을 많이 물어보는데, 정말 모르겠다. 알았으면 진작에 얘기해줬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이대호가 능력이 뛰어난 타자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로이스터 감독은 “정말 훈련을 열심히 한다. 비로 취소된 어제 경기(19일 LG전)부터 다시 4번으로 복귀시켰고 오늘 라인업에서도 4번 자리였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를 계속 믿으며 스스로 부진을 헤쳐나오길 바라고 있다.
이런 주변의 걱정과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대호는 말없이 비를 맞으며 잠실벌을 계속 달렸다. 잡념을 떨치고 많은 훈련으로 슬럼프를 탈출하겠다는 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