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입단 뒤 2군에서 6년.
한때는 다시 빛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다. 다시는 밤에 야구를 해볼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
![[야구 IN]‘2군 6년’ LG 안치용의 1군 적응기](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26/0527-75a.jpg)
2002년 프로입단 뒤 지난해까지 거의 2군에서 생활했던 LG 안치용(29).
지난 6년간 고작 1군 105경기에 듬성듬성 나오며 타율 1할1푼9리(126타수 15안타)에 머물렀던 안치용은 지난달 27일 주전라인업이 무너진 틈을 타 1군의 부름을 받더니 한 달새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대변신이다. 지난 25일 잠실 KIA전까지 25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타율 3할6푼9리(84타수 31안타)에 1홈런 18타점. 지난 6년간 1군 무대에서 때린 안타수를 불과 한 달 만에 두배 이상 거두어들였다. 게으른 선수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최근 몇 해 사이 땀을 흘린 것은 기본. 안치용은 1군 선수가 되기 위해 1군 선수로 사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밤경기 적응기
오후 1시께 시작하는 경기를 6년간 하다가 주로 밤경기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 시야부터가 달랐다. 그렇다고 야간경기 적응법으로 널리 알려진 것도 없었다.
안치용은 잠실구장 지하에 마련된 실내훈련장을 선택했다. 경기 시작 전과 뒤에 실내훈련장에 들어가 기계에서 나오는 볼을 쳐댔다. 불빛으로 지하의 어둠을 밝힌 공간. 어찌 보면 야간경기 환경과 비슷했다.
안치용은 "타격도 그렇지만 수비할 때도 밤에 조명 아래서 경기할 때 부담이 컸는데 실내훈련장을 계속 찾은 것이 그래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야간경기에 신경을 쓴 덕분인지 야간경기 성적은 갈수록 좋아졌다. 밤에 벌어진 21경기에서 타율 3할5푼2리(71타수 25안타). 주간 경기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상급 성적이다.
△1·2선발 적응기
구위만 따지면 2군에도 막강한 투수들이 많다. 안치용은 "공 빠르기만 따지면 2군 투수들도 떨어지지 않는다. 공의 위력 차이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1군이라고 새삼 느낄 때는 각 팀 1·2선발을 상대할 때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가 달랐다. 제구도 그렇지만 코스와 구종 선택 등이 일반적인 수를 벗어날 때가 많았다. 안치용은 "이거다 싶어서 방망이를 냈는데 그게 아닐 때가 많았다"며 "그 차이를 좁혀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며칠 안 됐지만 조금씩은 맞춰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 달쯤 줄곧 출전하다보니 노림수도 늘었다. 안치용은 겸손해하면서도 "그래도 어려운 느낌이 줄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마음은 2군선수
안치용은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다"고 말했다. 조금 된다 싶지만 마음을 놓을 여유가 없다.
지난 25일 잠실 KIA전에서도 LG는 2회초 6점을 먼저 내주며 일찌감치 패전 모드로 들어갔지만, 안치용은 마치 0-0의 피말리는 승부를 하듯 타석에 들어갔다. 그래서 거둔 성적은 4타수 2안타.
안치용은 "경기가 조금 느슨해진 분위기라고 내가 느슨해질 처지는 아니다"며 "경기 상황이 어떻든 항상 시험대에 올라가는 기분으로 타석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치용의 1군 적응기는 아마도 올해 가을쯤 정리될 듯하다.
<안승호기자 siwo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