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을 패러디한 패션 때문에 아류쯤으로 치부될 영화가 ‘인크레더블’ 이다. 그런데 박스오피스에서 2주만에 무려 1억5천만달러를 돌파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마디로 예측불허, 상상불허, 명장면들이 배꼽을 쥐었다 폈다 기분 좋게 만든다.
‘인크레더블’ 의 주인공은 슈퍼맨 같은 의상에 조로 같은 가면을 쓰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슈퍼 히어로다. 결혼식으로 향하는 중에도 잠깐 짬을 내 나무위로 올라간 고양이를 내려주고, 심부름도 해주고, 강도도 잡아주고…. 한마디로 분주하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 라고 했다. 슈퍼 히어로들 때문에 편안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망각한 인간들은 오히려 슈퍼 히어로들 때문에 손해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급기야 정부는 슈퍼 히어로 금지라는 특별법을 제정해 그들이 더 이상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세상엔 늘 영웅이 존재해 왔다는 관습헌법을 무시하듯이.
초능력을 감추고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 건 역시 힘들다. 교통지옥에 시달리고 일에 치여 풀죽은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가장의 모습이다. 그사이 뱃살도 처졌고 슈퍼 히어로였던 아내 역시 아이들 때문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형편이다.
사실 여기까지 진행되는 동안은 그저 그렇다. 영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아빠가 새 직장을 얻고 위험에 빠지면서 온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위기에 처한 인크레더블을 구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그동안 감추고 있었던 초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영화 역시 숨기고 있었던 재미를 재치 있게 풀어놓기 시작한다.
악당에게 붙잡힌 ‘인크레더블’ 의 모습은 실직한 우리네 가장의 모습처럼 측은해 보인다. 슈퍼 히어로 가족이지만 그것은 곧 우리네 가정과 다를 바 없다. 매일 바쁜 엄마는 몸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며 아이들을 보호하는 슈퍼우먼이 된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겉으로만 맴돌던 딸 역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게 되고, 말썽꾸러기 아들 녀석은 서서히 철이 든다. 아빠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짐을 함께 나눌 때 더욱더 행복하고 완벽한 가정을 이루게 된다. 온가족이 펼치는 모험과 사랑을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이언 자이언트’ 로 호평을 받았던 브래드 버드 감독의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다. 12월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스포츠칸/김용필·영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