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날아라 허동구, 눈물을 짜내기보다 감흥을 우려내다](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4/25/7d2692d.jpg)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불행의 시초로 여겨진다. 남들과 똑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뭔가를 극복해야만 한다고 요구받는다. 하지만 영화 ‘날아라 허동구’(감독 박규태, 제작 타이거픽쳐스)는 아무리 장애를 갖고 있어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을 다룬 기존 영화들이 장애 극복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장애인들이 주위와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아버지(정진영)와 단둘이 사는 동구(최우혁)는 아이큐가 60이다. 동구가 학교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점심시간에 친구들의 컵에 물을 따라주는 것이다. 동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학교에 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동구 아빠는 동구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유일한 소망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동구를 특수학교에 전학 보내라고 요구한다. 선수가 부족한 야구부에 입단하면 전학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동구는 경기 규칙도 모르면서 야구를 시작한다.
‘날아라 허동구’는 오랜만에 순수한 감흥을 안겨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낙천성이다. 동구와 동구 아빠가 가난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지만 영화 분위기는 너무나 밝다. 기존 장애를 다룬 영화들처럼 눈물을 짜내기보다 러닝타임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박규태 감독은 관객들에게 장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장애인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결점을 보지 말고 장점을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동구 역을 연기한 아역배우 최우혁의 연기다. 연기 학원의 냄새가 짙은 기존의 아역 배우들과 달리 천진난만한 동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형상화 해낸다. 정진영은 기대대로 아역배우들을 이끌며 영화의 안정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낸다. 야구부 코치 역할을 맡은 권오중의 코믹 연기도 별미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족들이 다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