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축복이 아니라 불행인 사람도 있다. 남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뜻깊은 날, 가족도 없고 친척이나 친구도 하나 없는 사람이 있다. 더구나 며칠 전 애인에게 차여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면. 술을 퍼마시고 엉망진창이 된다고 해도 그 외로움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서바이빙 크리스마스’(Surviving Christmas)는 처량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될 한 남자가 임의적으로 가족을 빌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부유한 광고회사 중역 드루(벤 애플렉)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여자친구에게 차인다. 홀로 성탄절을 보내야 하는 그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을 찾아갔다가, 25만 달러를 주고 그곳에 살고 있는 발코(제임스 갠돌피니) 가족을 임시 가족으로 빌린다. 아이처럼 좋아하던 드루는 고향에 돌아온 발코 가족의 외동딸 앨리샤(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 사랑에 빠진다.
드루의 이상한 동거는 첫날부터 말썽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드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놀이도 투정을 받아줘야 하는 발코 가족에게는 고역이다.
성탄절 트리를 사고, 노래를 부르고, 눈싸움을 하고, 쿠키를 만들고…. 드루는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발코 가족에게 그대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돈 앞에 묵묵히 드루의 요구를 들어주던 가족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내쫓아내기로 한다.
여기까지가 드루와 발코 가족의 에피소드였다면 후반은 해결사로 등장한 드루의 진정한 가족 찾기가 펼쳐진다. 갱년기로 불화를 겪고 있는 발코 부부. 방구석에 처박혀 게임만 하는 아들. 자존심 세고 남자친구 한번 사귀지 못했을 것 같은 외동딸. 드루는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가족 간의 대화와 화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처음 가정의 훼방꾼으로 들어왔던 인물이 어느새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었다.
유머와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가족은 ‘재미없어도 재미있다고 하면서 분위기를 맞춰주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준다. 아울러 크리스마스에는 그동안의 흉물을 덮어주고 모든 걸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미국의 한 평론가는 “감정은 거짓이며 감상은 위조됐다. 이야기는 즐거움이 없는 어리석음의 허상이다. 창조적인 표현이 아닌 가공이다” 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영화를 용서하고 그 메시지에 기꺼이 동조한다. 그건 아마도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해피 크리스마스. 12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