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캐리비안 해적－세상의 끝에서’, 볼거리는 ‘화려’ 줄거리는 ‘산만’](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5/23/7e2492c.jpg)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3총사 중 하나인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마침내 할리우드를 출발해 한국에 상륙했다. 목요일에 개봉하는 관례를 깨고 하루 앞선 23일 수요일에 개봉하며 당당하게 선전포고했다.
영화 완성 필름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일체의 시사회도 개최하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 예매에서 최고 예매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 극장의 3분의 2에 달하는 670개 극장이 이 영화를 내걸며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스파이더맨3’이 독식하고 있는 한국 극장가에 나타난 또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듯하다. 과연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는 그만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영화인가.
이 영화는 ‘블랙펄의 저주’ ‘망자의 함’에 이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이다.
본래 디즈니랜드의 놀이 코너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지만, 어느새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같은 3부작 대하서사극을 넘보게 됐다.
전편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바다를 신나게 휘젓던 해적 3인방 잭 스패로(조니 뎁),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 윌 터너(올랜도 블룸)도 어느새 의젓한 지도자로 성장했다. 여기에 ‘영웅본색’의 저우룬파(주윤발)가 동양해적 ‘샤오펭’으로 등장해 무게감을 더해준다. 식민주의 상징 동인도회사 및 해적연합 같은 거대한 적과 함대 전투를 벌이는 등 영화의 스케일도 ‘볼륨 업’됐다. 해적선 블랙펄호가 위아래로 거꾸로 뒤집히며 ‘세상의 끝’을 빠져나오는 장면, 해적연합 등 3세력이 벌이는 격렬한 함포사격과 함대 전투장면은 해양어드벤처 영화다운 화려한 볼거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편에서 벌여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려는 나머지 ‘소화불량’에 걸리고 말았다.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등장인물들은 부지런히 적과 아군을 오가며 ‘음모와 배신’을 반복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줄거리는 관객의 머리만 아프게 할 뿐이다.
데비존스(빌 나이)나 칼립소 등 1, 2편에서 비중 있게 등장했던 악당들은 물론이고, 영화사가 대대적으로 선전한 동양해적 샤오펭(저우룬파)조차 배우 이름값도 못하고 어이없게 최후를 맞는다. 특히 ‘주윤발 형님’의 활약을 기대했던 한국 관객이라면 아쉽기 그지없을 부분이다.
따라서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다음 사항은 반드시 준수하는 편이 좋다. 우선 관람전 1, 2편을 반드시 복습할 것. 그렇지 않으면 복잡하게 배배 꼬이는 영화 줄거리를 못 따라간다.
또한 3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영화이므로 관람 전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올 것.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디트 나온다고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 것. 마지막에 나오는 특별영상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