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못말리는 결혼](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5/09/7e1092a.jpg)
웃음과 한숨, 닭살스러움이 혼재된다. 코미디 영화 ‘못말리는 결혼’(감독 김성훈, 제작 컬쳐캡미디어)을 보다 보면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 삼류극장으로 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고리타분한 내러티브에 전형적인 연기, 식상한 유머, 상투적인 연출이 버무러져 관객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못말리는 결혼’은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가풍이 전혀 다른 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복부인인 홀어머니 말년(김수미) 밑에서 자란 성형외과의사 기백(하석진)은 돈밖에 모르는 가정에서 자라왔다.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홀아버지 지만(임채무) 밑에서 자란 공방주인 은호(유진)는 물질보다 건강한 정신을 중시하며 살아온 처녀다. 영화는 어려움을 뚫고 사랑을 쟁취하는 청춘남녀보다 이들을 떼어놓으려는 개성 넘치는 부모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연기의 달인’인 김수미와 임채무는 온몸을 던져 ‘못말리는 영화’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황당한 상황이 넘쳐나는 빈약한 시나리오와 너무나도 매력 없는 유진과 하석진의 연기 등 수많은 단점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믹 연기의 달인’이라는 윤다훈과 안연홍도 들러리일 뿐 별로 웃기지 않는다. 인물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고 민숭민숭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수미의 내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대사가 대부분이 애드리브인 김수미는 다양한 개인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면 그마저도 지친다. 급기야는 웃겨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실소가 나온다. 중견배우가 온몸을 받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안쓰러움까지 느껴진다.
1980년대 정서를 2007년에 옮겨온 것이 문제는 아니다. 너무 전형적인 아이템도 이 시대에 맞게 포장을 새롭게 해야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못말리는 결혼’은 너무 안일한 작품이다. 수준 이하의 작품이 걸러지지 않고 영화관에 내걸린다면 관객들에게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가끔 관객들에게 보러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영화가 있다. ‘못말리는…’이 바로 그런 영화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