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산다는 것 자체가 큰 짐으로 느껴질 때는 이미 인생 막장에 다다른 상태다.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숨쉬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속으로] 형사와 조폭 인생막장 ‘강적’](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6/21/6f2283f.jpg)
22일부터 상영되는 ‘강적’(감독 조민호·제작 미로비젼)의 두 주인공도 인생 막장에 들어서 있다.
무능력자로 취급받는 강력반 15년차 하성우 형사(박중훈)의 삶은 지옥 그 자체다. 부인은 집을 떠났고 아이는 아픈데 수술비는 없다. 전직 조폭 수현(천정명)의 삶도 그다지 나을 것이 없다. 조직에서 떠나 애인과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처지가 되고 만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두 사람이 어느날 인질과 인질범의 사이로 만난다. 세상이 버린 두 사람은 처음에는 대립하다가 서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강적’은 개성이 강한 두 캐릭터를 내세운 버디무비다. 영화는 이들이 누명을 풀어가는 전형적인 액션물의 내러티브를 따라간다. 수현이 누명을 쓰고 하성우가 동료를 잃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는 영화 초반부의 연출은 상당히 감각적이고 강렬해서 영화에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두 인물이 서로 인질과 인질범이 되는 지점부터는 박중훈과 천정명, 충무로에서 가장 인정받는 신·구 배우들의 연기력과 매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박중훈은 삶에 지쳤지만 가슴속에는 인간미가 살아 있는 하성우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형상화낸다.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최고의 명연기다. 천정명은 대선배에게 밀리지 않고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친다.
두 배우의 연기대결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중반부 이후 너무 많은 에피소드 탓에 늘어지는 면이 있지만 두 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유려한 액션이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강적’은 러닝타임 내내 영화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철저한 오락영화다.
〈최재욱기자〉
직장에서도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런 상황에서 둘은 악수를 두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