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현대인들은 말 많은 사회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입을 닫고 살아야 때가 많다. 아무리 억울해도 생존을 위해 입을 닫고 현실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오는 24일 개봉되는 신하균 주연의 ‘예의 없는 것들’(감독 박철희, 제작 튜브픽쳐스)은 말 많은 사회에 평범한 자들이 보내는 도전장 같은 영화다.
지독히 반골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이 영화의 장르는 종잡기 힘들다. 주인공 ‘킬라’(신하균)가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게 부끄러워 입을 닫고 살게 된 에피소드는 코미디, ‘킬라’와 ‘그녀’(윤지혜)의 사연 깊은 러브 스토리는 처연한 멜로, ‘킬라’가 ‘예의 없는 사람들’을 처단할 때는 하드보일드 액션물이다.
여러 가지 장르가 혼재돼 펄펄 끓는 느낌을 주는 이 영화의 장점은 우선 새롭다는 것이다. 기존의 영화 문법을 파괴하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신인 박철희 감독의 뚝심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늘 그렇지만 ‘새로움’은 ‘낯섦’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예의없는 것들’도 박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평가가 나뉘고 있다. ‘충무로에 걸출한 신인감독이 나왔다’는 찬사와 ‘정신 없는 코믹 액션극’이라는 비판이 혼재한다.
하지만 주연배우 신하균과 윤지혜의 걸출한 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코믹함 속에서 강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연기가 장기인 신하균은 맞춤옷을 입은 듯 ‘킬라’ 역할을 소화해낸다. 데뷔 후 8년 동안 ‘유망주’란 평가만 받던 윤지혜도 오랜만에 실력발휘할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두 배우가 결말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선보인 명연기는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인상적이다.
‘예의없는 것들’은 획일화된 소재의 블록버스터에 질린 관객들에게 청량음료 같은 역할을 할 작품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