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별빛속으로, 팬터지 호러에 투영한 시대의 아픔](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08/7h0992c.jpg)
매혹적이다. 소리 없이 완성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별빛 속으로’(감독 황규덕, 제작 스폰지·씨네광장)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철수와 영희’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를 만든 중견 황규덕 감독은 시대의 아픔이 담긴 소재를 팬터지 호러라는 장르에 투영시켜 잠시도 스크린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개성 넘치는 작품을 완성했다. 프랑스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다소 불친절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중년이 된 대학교수 수영(정진영)이 수업시간에 1970년대 자신의 대학시절에 겪었던 신비한 사건을 털어놓으면서 진행된다. 순진한 독문과 대학생이었던 20대의 수영(정경호)은 어느날 당돌하고 자유분방한 삐삐소녀를 만난다. 아직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수영은 삐삐소녀의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지만 그녀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수영 앞에 죽은 삐삐소녀가 계속 나타나고 삐삐소녀의 인도로 수영은 여고생 수지의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수영은 수지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그녀를 둘러싼 기묘한 분위기가 그를 불편하게 만든다. 수영은 정신적인 혼란에 빠지고 곧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비밀을 깨닫게 된다.
마치 양파 껍질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 구조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 거듭되는 반전에 내러티브를 쫓아가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황감독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담백한 연출로 관객들의 진심을 움직인다. 꿈과 환상, 현실을 뒤섞으면서 시대의 아픔에 희생돼 갔던 그 당시 젊은이들에 대한 애잔한 시선을 보낸다. 사랑만 하고 살기에는 너무 현실이 치열해 자신의 젊음을 즐길 수 없던 감독 본인의 추억이 담겨 있으리라.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영화 분위기를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가 살려준다. 정경호는 기대주답게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 복잡미묘한 캐릭터의 내면 심리를 제대로 형상화한다. 김민선도 미스터리한 삐삐소녀 역할을 상큼하게 소화해냈다. 수지 역을 연기한 신인 차수연은 ‘새로운 발견’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눈길을 끈다. 청순하면서도 요염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별빛 속으로’는 이렇게 결코 쉽지는 않지만 꼭 한번 볼 만한 가치는 있는 작품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