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해부학 교실, 메스로 관객의 심리 찌르다

입력 : 2007.07.11 21:26

올여름 개봉되는 공포 영화들은 예년과 달리 독특한 소재들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첫번째 타자 ‘검은집’이 작품성과 오락성 양쪽 부문에 만족한 만한 평가를 받은 데 이어 두번째 타자 ‘해부학 교실’(감독 손태웅, 제작 에그필름·청어람)이 호러물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대 해부학 수업의 실습 자제인 커데버를 둘러싼 공포라는 아이템이 신선하고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는 한지민·온주완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우선 공개된 ‘해부학 교실’은 팬들이 기대한 만큼 무섭긴 무섭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공포 영화로서의 책무를 확실히 한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장난스러운 영화 효과음도 소름 끼치지만 끊이지 않는 여성 관객들의 비명 소리에 더 놀라기 십상이다. 하지만 공포 영화의 특성상 역시 극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신선한 소재에 개성 넘치는 연출, 나름대로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지만 수작이 되기에는 딱 5%가 부족하다.

의대 본과 1학년생 선화와 기범·중석·은주·지연·찬용 등은 기대감과 설렘 속에 해부학 수업 첫 실습날을 맞이한다. 긴장감 속에 첫 실습에 들어간 이들에게 가슴에 장미 문신이 있는 미모의 커데버가 배당된다. 이들은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만 해부를 시작하는데, 해부의 칼을 몸에 들이대면서부터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선화와 기범·중석은 친구들이 한명씩 죽어나가자 커데버의 얽힌 비밀을 파헤쳐나가다 놀랄 만한 비밀을 알게 된다.

신인감독 손태웅 감독은 첫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의 연출력을 선보인다. 잔인한 장면의 연속으로 관객들을 밀어붙이는 식의 연출을 지양하고 관객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해 완급 조절을 확실히 해준다. 특히 영화 중반부 선화가 커데버에 얽힌 사연을 파헤치면서 현실과 꿈, 과거가 혼재되는 장면은 무척 매력적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젊은 배우들의 연기 지도에 실패했다. 감독은 선화 역에 초점을 맞추느라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 형성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은 모습이다. 첫 주연을 맡은 한지민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을 펼치지만 영화를 홀로 이끌어가기에는 내공이 아직 부족하다. 좀더 복합적인 내면 심리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면 공포의 강도가 배가됐을 것이다. 온주완·오태경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하다. 젊은 배우들의 실망스러운 연기를 조민기·박찬환·정찬 등 중견 연기자들이 메워준다.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이들은 영화의 중심축을 잡아준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해부학 교실’은 호러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만한 부분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오랜만에 실컷 비명을 지르며 짜릿한 쾌감을 맛보면서 서늘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극장으로 어서 달려가시길.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