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검은집, 남자들이 더 무서워 할 공포물

입력 : 2007.06.20 21:38

황정민의 첫 공포 영화 ‘검은집’(감독 신태라·제작 CJ엔터테인먼트)은 주위를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수없이 지나치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이코패스가 있을 것만 같고 또한 갑자기 누가 불시에 공격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공포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설정이 아닌 일상에 뿌리를 뒀기 때문이다.

보험조사원 전준오는 7살 소년의 자살사건 조사를 맡게 된다. 경찰은 사인을 자살로 판정하지만 전준오는 의붓아버지 박충식이 살해한 것으로 굳게 믿고 그 비밀을 파헤쳐간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준오는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로부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목숨을 지켜야만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신태라 감독은 기시 유스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충실히 영상화했다. 지난해 독립영화 ‘브레인 스톰’으로 각광받은 신감독은 극적 완성도와 공포를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관객들이 러닝타임 내내 영화 속 상황에 직접 처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이 영화는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무서워할 영화다. 다른 공포 영화들과 달리 남자가 살인마, 여자가 희생양인 공식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뇌의 신경 물질 이상으로 아픔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여자 살인마의 모습은 남성 관객들의 악몽이 될 전망이다.

황정민은 기대대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한다. 연기 생활 최초로 러닝타임 내내 상황에 반응하는 연기를 선보인 그는 역시 ‘연기파’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사건의 열쇠를 쥔 유선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여배우로서 엄두가 나지 않았을 역할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연출과 연기가 잘 조화된 ‘검은집’은 공포 영화로서 책무는 확실히 한 작품이다. 심신 허약자는 관람을 삼가길 바란다. 후유증이 무척 길 것이다.

〈최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