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300···전투신 눈길 사로잡아](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3/14/7C1592b.jpg)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묘미는 탄성을 지르게 하는 거대한 스펙터클에 러닝타임 내내 넘쳐나는 긴장감, 놀랄 만한 영화적인 상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다 해도 모든 블록버스터에서 이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주말 북미지역에서 7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은 오랜만에 블록버스터가 주는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역작이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소설을 영상으로 재현한 이 영화는 2년 전 ‘씬 시티’가 주었던 영상적인 충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러닝타임 내내 눈이 휘둥그레지는 볼거리와 극적인 드라마, 배우들의 열연에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영화는 기원전 480년에 있었던 전설적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다.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왕이 이끈 정예군 300명은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전원 전사하는 과정이 핏빛 영상으로 그려진다.
영화의 최대 볼거리는 치열한 전투 장면. 창과 방패로 전법에 따라 움직이는 스파르타군의 전투 유형이 눈길을 끈다. 적은 인원으로 수십만대군을 물리치는 스파르타군의 전법과 용맹성은 탄성을 지르게 한다.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고 시뻘건 피가 흥건한 사실적인 전투 모습은 시각적인 쾌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임금 왕자 복근으로 무장된 300명의 정예 대군의 몸매도 여심을 뒤흔든다. 가죽 팬티에 빨간 망토만 입고 용맹하게 싸우는 스파르타군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한 화면에 지친 여성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스파르타군 못지않게 페르시안 100만 대군의 묘사도 흥미진진하다. 특히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의 그로테스크한 외모는 압도적이다. 또한 숫자로 밀어붙이는 페르시아군의 다양한 무기와 전법도 볼거리다. 하지만 이란 언론에서 “할리우드의 공격”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오리엔탈리즘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레오다니스 왕 역의 제라드 버틀러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르고 여왕 역을 맡은 레나 헤디의 아름답고 강한 자태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또한 조연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가 단순한 볼거리의 연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300’은 깊은 여운을 남겨주지는 못하지만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만들 영화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