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뚝방전설, 학창시절의 전설 5년후의 모습은···](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9/07/6a0892c.jpg)
남자들 사이에 도는 학창 시절 전설이란 늘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과대 포장되기 일쑤다. 싸움에서 단 3명을 무찌른 것도 순식간에 10명, 20명으로 늘어나고 ‘18대1’ ‘30대1’의 전설로 나돈다. 하지만 진실은 본인들만 아는 것이고, 확실한 것은 이들이 전문적인 싸움꾼이 아니라 아직 젖내 나는 10대라는 사실이다.
7일 개봉된 ‘뚝방전설’은 학창 시절 정서에 벗어나지 못하는 어수룩한 세 청춘이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다. 영화는 ‘18대1’의 전설을 지닌 정권(박건형), 한 방으로 3명을 때려잡는 성현(이천희), ‘구강액션의 달인’ 경로(MC몽) 등 ‘노터치파 3인방’이 학군을 장악하고 뚝방을 접수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졸업 후 정권은 건달이 되겠다고 떠나고, ‘노터치파’의 위세는 전설로만 존재하게 된다. 5년 후 평범한 일반인이 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성현과 경로 앞에서 정권이 다시 나타나면서 잔잔하던 마을에 파장이 일어난다.
‘뚝방전설’은 외양은 강렬한 액션으로 포장됐지만 영웅을 만드는 일반적인 액션영화의 과장된 내러티브를 거부한다. 의기충천했던 청년들이 자존심을 잃고 사회에 서서히 편입되는 과정을 코믹과 액션, 드라마를 적절히 섞으며 그려간다. 세 젊은 배우들의 열연에 조범구 감독의 개성 있는 연출, 정두홍 감독이 지도한 정교한 무술이 어우러져 러닝타임 1시간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세 배우 중 ‘정권’ 역을 맡은 박건형의 연기 변신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단순히 ‘후카시’만 잡을 것 같은 이미지의 그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천희·MC몽 외에 오달수·유지태 등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별미다.
우려스러운 점은 ‘영웅신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암울한 결말에 동의할 수 있느냐다. 해피 엔딩을 거부한 개성 있는 결말이지만 오락성에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