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죽어도 해피엔딩, 예지원 매력 ‘종합세트’](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22/7h2392c.jpg)
당혹스럽지만 매혹적이다.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감독 강경훈, 제작 싸이더스FNH)은 여주인공 예지원의 매력을 최대한 이용한 작품이다. ‘예지원을 위한, 예지원에 의한, 예지원만의 영화’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엉뚱하면서 과장되고 귀여운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을 모두 담았다. 극중 여주인공 이름까지도 예지원이다. 예지원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선물 세트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프랑스 영화 ‘형사에게는 디저트가 없다’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 줄거리를 그대로 따왔다. 하지만 캐릭터나 세부적인 에피소드들은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바뀌었다. 여주인공의 직업은 추리 소설가에서 ‘여배우’로 바뀌었다.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이 네 남자를 집으로 불렀다면, 영화에서는 네 남자가 직접 찾아간다.
![[영화속으로]죽어도 해피엔딩, 예지원 매력 ‘종합세트’](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22/7h2392d.jpg)
영화는 여배우 예지원이 칸국제영화제 수상을 앞둔 전날 그녀를 사랑하는 네 남자가 프러포즈를 하면서 시작된다. 그때 마침 예지원 집에 산타도둑(우현)이 들고 그 도둑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집을 들락날락하는데 추종자들이 한 사람씩 실수로 죽어나가게 된다. 예지원과 그를 흠모하는 매니저(임원희)는 이들의 시체를 형사와 주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기느라 안간힘을 쓰고 그 과정에서 서로로 향한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
예지원이 시체들을 숨기느라 동분서주하다가 사람들이 실수로 계속 죽어가는 다소 섬뜩한 과정이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 또한 임원희·조희봉·박노식 등 연기파 조연의 맛깔스러운 감초 연기가 관객들을 웃긴다. 그러나 후반부가 되면 변화없이 반복되는 사건 진행과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다소 식상한 유머에 지루함이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예지원이 탁월한 개인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지원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면 유쾌한 시간이 될 것이고, 그녀의 다소 과장된 모습이 거슬린다면 좀 황당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빠지면 빠질수록 더 깊게 들어가는 ‘예지원’이란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 러닝 타임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에서 포기하지 못하는 화장실 유머가 아쉽다. 화장실 얘기를 너무 오래 하면 불쾌해지는 법이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