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마다 ‘태권브이’나 ‘우뢰매’를 보러 가던 시절이 있었다. 조그마한 동네 시민회관에서 아이들은 만화영화 주제가를 따라 부르곤 했다. 부모는 지루해서 몸을 비비 꼬아도, 아이들은 마냥 행복했다. 영화를 본 뒤 자장면이나 돈가스를 먹으면 금상첨화였다.
그러나 20~30년이 지난 지금, 가족이 영화관에 가는 풍경은 보기 드물다.
멀티플렉스에 액션영화나 블럭버스터가 한가득 넘쳐흘러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영화는 드물다. 가뭄에 콩나듯 개봉하는 할리우드 마법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
‘아이스케키’(감독 여인광·제작 MK픽처스)는 몇십 년 전 동네 시민회관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가족영화다. 영화는 60년대 전남 여수를 배경으로 홀어머니(신애라) 손에서 자란 소년 영래(박지빈)를 주인공으로, 그가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며 아버지(이재룡)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뻔하디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반갑다. 낡은 공책처럼 빛바랜 60년대 풍경과 퇴색된 화면은 어린이에게 ‘신기한 볼거리’로, 부모에겐 ‘추억’으로 다가온다.
연기자들의 면면도 주목된다. ‘안녕, 형아’에 이어 한창 물이 오른 연기력의 박지빈, 구수한 사투리의 남도여자 신애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박지빈의 친구로 등장한 장준영은 ‘새로운 발견’이다. 천진난만함과 깊이로 무장한 이 아역배우의 실력은 ‘아이스케키’의 중심을 잡아준다.
‘아이스케키’는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고 신파조의 줄거리가 아쉽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에서, 집 근처 극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영화로는 안성맞춤이다.
〈이종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