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천하장사 마돈나, 여자 되고픈 소년‘세상 뒤집기’](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8/31/6a0192b.jpg)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가 살과 살을 비벼대며 얽힌다. 거기에 감미로운 배경음악이 더해져 야릇한 느낌을 준다. 동성애 장면이 아니다. 격렬한 레슬링 경기 장면이다.
최근 인기를 끈 휴대전화 CF의 한 장면처럼 ‘남자들만의 세계’인 격투기는 때로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남성적인 격투기 선수가 의외로 부드럽고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신예 이해영·해준 감독의 ‘천하장사 마돈나’ 역시 그런 컨셉트를 십분 활용한 영화다.
영화는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오동구(류덕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성전환 수술비를 벌기 위해 5백만원의 상금이 걸린 씨름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기둥을 이룬다.
그러나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우승에 다다르는 뻔한 스포츠영화가 아니다. 남자가 여자처럼 행동하며 억지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주인공은 여자가 되기 위해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남성적인 씨름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시달린다. 전직 권투선수인 아버지(김윤석), 선배인 엘리트 씨름선수(이언) 등 온통 마초적인 주변 인물들은 주인공과 주먹을 맞대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주변의 압력을 ‘한판 뒤집기’하고 스스로 ‘나는 여자’라고 주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히려 퀴어영화를 연상케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한 소년(소녀?)의 이야기다.
건장한 남자의 몸에 여자의 마음을 연기한 배우 류덕환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인다. 닳고 닳은 중년을 연기한 김윤석·이상아의 모습도 반갑기 그지없다. 많지 않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빛낸 능글맞은 씨름부 감독 백윤식, 귀여운 일본어교사 초난강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영화의 감칠맛을 배가했다.
〈이종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