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트랜스포머’, 피 한방울 안튀어도…

입력 : 2007.06.13 21:13

어린 시절 남자라면 누구나 만화에 나오는 로봇 한대를 갖고 논 경험이 있을 것이다. 로봇의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악당 로봇과 싸우며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치곤 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그 로봇은 어디까지나 만화 속에 나오는 존재일 뿐 실사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하지만 영화 ‘트랜스포머’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영화 스토리 라인은 비교적 단순하다. 헬기로 변신한 로봇 한대가 미군의 카타르 기지를 초토화하고 네트워크에 해킹을 시도한다. 미 국방부는 전문가를 불러 대책을 마련하지만 해결책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왕따 고등학생 샘(샤이야 라보프)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차를 갖게 된다. 하지만 어느날 밤 자신의 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이 차가 외계에서 날아온 오토봇 군단의 단원 범블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블리와 범블리의 친구 로봇들은 샘에게 악의 군단인 디셉티콘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다.

‘흥행의 마술사’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은 기대대로 관객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제공한다. 로봇들의 싸움이란 게 어쩌면 다소 아동 취향적인 소재일 수 있지만 솜씨 좋게 초특급 오락 영화로 변주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그동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만점인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우주에서 날아온 로봇들이 인류의 미래를 걸고 벌이는 화끈한 싸움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에서 다른 액션 영화처럼 피는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로봇들이 서로 때리고 부수면서 펼쳐지는 스펙터클은 눈을 부시게 만들고 기계끼리 부닥치며 들리는 파열음은 귀를 얼얼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스펙터클뿐만 아니라 극적 짜임새와 훌륭한 연기 호흡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생뚱맞은 영화가 될 수 있다. 특히 로봇에 팬터지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루할 가능성이 크다. 재미는 있지만 엉성한 내러티브 때문에 마이클 베이의 전작들과 달리 아무런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게 흠이다. 극적 허점은 무시하고 눈앞에 펼쳐진 현란한 볼거리에만 집중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촉망받는 샤이야 라보프와 메간 폭스·조시 더하멜, 중견배우 존 보이트와 존 터투로가 출연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로봇이다. 시각 효과의 양대산맥인 ILM과 디지털 도메인이 만들어낸 로봇들의 배틀 장면은 압권이다. 기계로 변신해 있다가 유사시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탄성을 지를 만큼 흥미롭다. 반복되는 로봇들의 싸움이 지겨운 관객들에게는 미카엘라 역할의 메간 폭스의 섹시함이 위로가 될 수 있다. 폭스는 앤젤리나 졸리의 20대 초반 시절이 연상될 만큼 섹시하다.

다양한 볼거리로 중무장한 ‘트랜스포머’는 한마디로 단점이 있지만 오락 영화로는 자신의 책무를 확실히 한다. 할리우드의 공력을 다 보여준 이 영화가 전세계에서 또 어떤 신화를 창출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최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