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열한번째 엄마, ‘여운없는 슬픔’ 감동 반감

입력 : 2007.11.28 21:16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열한번째 엄마’는 휘몰아치는 슬픔은 없지만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는 던져준다. 그러나 긴 여운을 주지는 못한다.

영화는 술집을 전전하다 병까지 얻은 여자(김혜수)가 잠시 머무르게 된 브로커의 집에서 브로커(류승룡)의 아들 재수(김영찬)와 만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곧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여자는 아버지의 폭력과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은 재수에게 우정을 넘어서 모성애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생애 처음으로 행복감을 맛본 여자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김혜수는 기대대로 호연을 펼친다. 인생의 신산(辛酸)함을 맛보고 무감각해졌다가 인생의 목표를 처음 찾으면서 변화돼 가는 사연 많은 여자의 심리를 완벽히 표현해낸다. 김영찬도 베테랑 아역배우답게 대선배 김혜수에게 밀리지 않고 만만치 않은 내공을 선보인다.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가”를 두고 설전을 벌이다 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연기는 처연하다 못해 감동적이다. 조연진 류승룡·황정민·김지영도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보인다.

그러나 2%가 부족하다. 드라마틱한 설정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란 좋은 재료를 갖췄지만 김진성 감독은 이를 제대로 요리해내지 못했다. 시나리오 구성이 빈약한 것도 있지만 감정을 의도적으로 너무 자제한 것이 문제다. 감정을 누르고 눌러 더 큰 감동을 주려 한 듯하지만 내공 부족으로 의도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계속 심심하고 미진한 기분이 든다. 신파를 피하고 싶어한 감독의 연출 의도가 결국 자충수가 됐다.

〈최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