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헨젤과 그레텔, ‘기발한 발상’ 완성도는 얻었지만…](http://images.khan.co.kr/article/2007/12/26/7l2792e.jpg)
누구나 동화를 읽으며 공포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백설공주는 새엄마의 끊임없는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왕자님을 위해 목소리를 잃었다.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자신들을 잡아먹으려는 마녀를 끓는 물에 빠뜨려 죽음의 위기를 피한다.
‘잔혹 동화’를 표방하는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원작 동화 비틀기에서 시작한다. 원작 동화가 아이들이 희생양이고 어른들이 가해자라면 영화는 정반대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복수를 위해 쳐놓은 덫에 걸려 도망치려는 어른들이 희생양이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은수(천정명)는 교통사고를 내고 숲에서 길을 잃는다. 밤에야 깨어난 은수는 갑자기 나타난 소녀 영희(심은경)의 인도에 따라 동화에나 나올 만한 아름다운 집에 도착한다. 영희와 오빠 만복(은원재), 철부지 막내 정순(진지희)은 은수를 따뜻하게 환대한다. 은수는 따뜻하게 맞아주는 삼남매와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숲을 나서지만 며칠째 출구를 찾지 못한다. 미로 같은 길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 없던 은수는 집안 곳곳에서 불길한 징후를 발견하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은 가장 큰 미덕은 새로움이다.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이색적인 소재로 시작된 이 영화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술, 아역배우들의 호연과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을 스토리에 금세 몰입시킨다. 특히 은원재·심은경·진지희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압권이다. 또한 아이들의 비밀을 서서히 추적해가는 내러티브도 스크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데뷔작 ‘남극일기’에서 의욕만 앞서고 관객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임필성 감독은 이번에는 자신의 영화적 비전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공포도 스릴러도 아닌 장르의 모호함이 아쉽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복수를 통해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요지는 전달했다. 그러나 영화적 재미는 반감됐다. 완성도는 확실히 뛰어나지만 대중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