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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으로]‘두 얼굴의 여친’, 솜사탕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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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9.05 23:29

온가족이 모이는 추석에는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제격이다. 나문희·유해진 주연의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감독 김상진, 제작 시네마서비스)과 봉태규·정려원 주연의 ‘두 얼굴의 여친’(감독 이석훈, 제작 화인웍스)이 맛난 추석 음식으로 더욱 탱탱해진 관객들의 배꼽을 노리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사먹는 솜사탕 같다. 영화 ‘두 얼굴의 여친’은 새털같이 가볍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봉태규·정려원이란 재능 있고 매력적인 배우에 ‘방과후 옥상’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이석훈 감독, 다중인격이란 재미있는 소재가 버무려져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과격한 여자친구에 순정파 남자 친구 구도가 ‘엽기적인 그녀’를 다소 연상시키지만 완성된 영화는 확연히 색깔이 다르다. 다중인격이라는 소재가 관객들의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는다.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니였다가 갑자기 불량배 10명도 맨손으로 해치우는 하니로 변신하는 여주인공(정려원)의 변신은 관객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또한 두 인격에 모두 매혹돼 갈피를 못 잡는 순진한 남친 구창(봉태규)의 좌충우돌 행각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두 주연배우의 열연이다. 봉태규는 기대대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한다. 악동의 면모를 가졌으면서도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봉태규는 코믹 연기에는 확실히 천부적인 재질을 갖고 있다. ‘방과후 옥상’ 이후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석훈 감독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정려원도 기대 이상으로 안정된 연기력을 갖고 있다. 여배우로서는 꺼릴 만한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형상화냈다. 두 배우는 짜릿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급격한 후반부 멜로 코드도 거부감 느끼지 않게 무난히 소화해낸다. 그러나 솜사탕처럼 가볍기만 하고 마지막 한방이 없는 게 아쉽다. ‘엽기적 그녀’처럼 정서적인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웃자고 만든 상업 영화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일까? 1년 뒤에 이 영화를 본 느낌을 기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