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괴물, 볼수록 커지는 ‘대물’](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7/26/6a2787a.jpg)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에는 늘 위험부담이 따른다. 영화도 마찬가지. 새 장르 개척은 실패를 감수하는 결단과 용기,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가능하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제작 청어람)은 새로운 ‘괴수영화’에 도전장을 낸 작품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등에서 호평받은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봉준호 감독은 도전을 넘어선 정복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를 내놓았다.
‘괴물’은 괴물을 죽이기 위해 총격을 퍼붓는 괴수영화가 아니다.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코미디에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그리고 가슴 뭉클한 휴먼 드라마 등을 순도 높게 배합해 놓았다. 괴물을 거꾸러뜨리는 결정적 무기도 ‘활’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한강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이 어느날 한강에 나타난 괴물에게 중학생 딸을 납치당한 뒤 벌이는 괴물과의 사투를 그린다.
미군이 독극물을 방류해 만들어진 괴물의 탄생 배경을 보여준 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가족 간의 사랑, 약자에 잔인한 한국사회 모습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영화는 관객들을 웃기고, 소리 지르고, 울리게 만든다.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괴물’은 이렇듯 오락영화의 책무를 다한다. 극본·연출·연기 3박자를 고루 갖췄다. 한국사회의 비정한 단면을 드러내는 봉감독 특유의 재기 넘치는 풍자와 유머, 할리우드·뉴질랜드 기술진을 참여시켜 일궈낸 특수효과영상, 약간 덜 떨어진 평범한 시민상을 펼쳐낸 송강호를 비롯해 변희봉·박해일·배두나·고아성 등 출연진의 열연으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붙들어 놓는다.
다만 괴물의 캐릭터가 단편적으로 설정된 점은 아쉽다. 괴물의 난동이 영화적 쾌감을 안겨주지만 ‘킹콩’의 킹콩 등과 달리 타이틀롤인 괴물은 말 그대로 괴물일 뿐, 감정의 교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괴물로 인해 위기를 맞은 가족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지만 괴물의 캐릭터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국가비상사태인 만큼 군·경의 대응을 실감나게 가미했다면 ‘사실적 리얼리티’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괴물’은 한국영화는 물론 전세계 괴물영화의 새 장을 연 수작임에 틀림없다. 최고 예매율(인터파크 기준 99.3%)에 최다 스크린(620개) 개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첫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어떤 성적을 내놓을지, 나아가 ‘왕의 남자’를 뛰어넘는 최고 흥행작에 등극할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