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겁나는 여친···, 버리면 재미 채우면 짜증](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8/16/6a1784c.jpg)
코미디 영화의 목적은 사람을 웃기는 것이다. 체면이나 격식을 버리고 즐겁게 웃으면서 사람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웃기는 것에만 너무 집착해 유치해진다면 관객들에게 즐거움보다 짜증을 유발해낸다. 완성도 뛰어난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마 서먼 주연의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은 경계 선상에 서있는 작품이다.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머리를 비우고 슈퍼 히어로인 여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엉뚱한 상황을 즐긴다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마 서먼이 맡은 ‘제니’, 즉 ‘지걸’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와는 다르다. 팔등신 외모에 빛나는 금발의 외모는 비슷하나 성격이 천양지차다. 변덕스럽고 집착이 강하며 불같이 정열적이다.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운명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외롭게 살던 그녀는 오랜만에 만든 남자친구 ‘맷’ 변심을 하자 결코 용서를 할 수가 없다.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히는 제니의 엽기 행각이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우선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감독의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연출을 맡은 이반 라이트만은 ‘고스트 버스터즈’ ‘에볼루션’ 등을 만든 코미디 장르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다. 그의 영화는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건강한 무공해 웃음을 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라이트만 감독이 오랜만에 만든 이 영화는 그의 웃음 코드가 아직도 유효한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여진다. 라이트만 감독 영화의 미덕은 살아있다. 그러나 뉴밀레니엄 시대의 관객들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부분도 있다. 결말부 지걸과 맷의 새 여자친구의 결투 장면은 황당함의 극치. 모두가 화해하는 해피엔딩도 느닷없다. 이성과 논리를 잠시 접어둔다면 모처럼 개봉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그러기가 힘들다면 러닝타임 내내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