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베오울프, CG＋연기＋서사…감동의 삼박자](http://images.khan.co.kr/article/2007/11/14/7k1592h.jpg)
탄성이 나온다. 할리우드의 최신 기술인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만들어진 ‘베오울프’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미지들의 향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113분 동안 스크린에 고정시켜놓는다. 앤서니 홉킨스·앤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연기를 디지털화한 극중 캐릭터들은 실사보다도 더 섬세해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실사는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이 영화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베오울프’가 단순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것만은 아니다.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처음 경험해본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은 ‘베오울프’에서 내러티브에도 공을 들였다. 앵글로 색슨족의 대영웅서사시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는 짜임새가 탄탄하고 깊이가 있으며 감동적이까지 하다. 베오울프(레이 윈스톤)라는 영웅 찬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웅의 허상과 아픔, 내밀한 심리까지 꼼꼼히 짚어내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괴물과 인간이 공존하던 암흑의 고대 덴마크. 호르트가르 왕(앤서니 홉킨스)이 다스리는 이곳이 정체 불명의 괴물 그렌델의 무차별적인 학살로 모든 주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때 베오울프란 전사가 열네명의 전사와 함께 도착해 하룻밤 사이에 괴물 그렌텔을 무찌른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분노한 그렌델의 엄마인 ‘물의 마녀’(앤젤리나 졸리)가 곧장 나타나 전사들을 모두 죽인다. 복수를 위해 혈혈단신 동굴로 들어선 베오울프는 ‘물의 마녀’로부터 부귀영화와 권력을 유지해줄 테니 자신과 동침해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유혹을 받는다. 고심 끝에 제의를 받아들이는 베오울프. 그러나 50년 뒤 이날의 실수가 낳은 재앙이 베오울프에게 찾아온다.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호쾌한 액션이 시각적인 쾌감을 주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배우들의 연기다. 모든 배우들은 블루스크린 앞에서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연기를 했다. 이 덕분에는 앤서니 홉킨스의 음흉한 눈빛이나 앤젤리나 졸리의 육감적인 몸매에서 뿜어나오는 농염함, 존 말코비치의 냉소적인 표정 연기 등이 실사 때보다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실사 때 카메라가 놓치는 부분을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보완한 것이다.
이제 할리우드 컴퓨터 기술이 못하는 부분은 뭘까? ‘베오울프’를 보다 보면 이미 고인이 된 배우도 영화에 다시 출연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아무튼 ‘베오울프’는 할리우드 최신 영상 기술들이 인간미까지 채워줄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