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주머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아줌마’들에게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는 두려운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차리지 않고 동네 사람들과 머리채를 잡고 싸울 수 있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각오가 돼 있다.
![[영화속으로]여걸들의 좌충우돌 ‘곗돈 소동’](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29/20080530.02500120000001.01L.jpg)
범죄액션물 ‘걸스카우트’는 힘든 현실을 꿋꿋이 버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대한민국 아주머니들에게 보내는 헌사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무시당하기 십상인 아줌마들이 큰 시련을 맞았지만 서로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웃음과 액션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일반 액션 영화처럼 폼나게 멋지지 않고 일종의 소동처럼 그려지지만 이들이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사건을 해결하가면서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네 여성은 말 그대로 소박한 소시민들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날리고 남편과 헤어져 어린이집 버스 운전사로 생계를 이끌어가는 미경(김선아)과 아들의 결혼자금을 위해 슈퍼에서 일하는 이만(나문희),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는 봉순(이경실)은 계주 성여사(임지은)가 곗돈을 떼어먹고 도망가자 망연자실한다.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피 같은 돈이었기에 이들은 작은 단서를 시작으로 성여사를 찾아나선다. 사채빚에 쫓기는 20대 골프 캐디 은지(고준희)가 이들의 행보에 가세하고 대한민국 아주머니들답게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간다.
우선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연출을 맡은 김상만 감독이다. 충무로에서 재주꾼으로 소문난 김감독은 기대대로 신인 감독답지 않은 연출력을 선보인다. 김선아·나문희 등 최고의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김감독이다.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생활 속 사건을 아주 특별한 이야기로 느껴지도록 만들어낸 내공은 놀랍다. 김치 냄새 날 것 같은 화면을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으로 연출해냈다.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김지운 감독이 연상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대로 뛰어나다. 김선아는 ‘국민 언니’라는 별명에 맞게 서민적이면서 정감 가는 연기를 펼친다. 겉으로는 단순무식하지만 가슴속은 그 누구보다 여린 우리네 누나이자 언니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형상화해낸다. 나문희와 이경실의 연기도 가슴을 후비는 건 마찬가지다. 악역을 맡은 박원상·임지은·류태준의 연기도 칭찬받을 만하다. 특히 임지은은 아침드라마 ‘황금마차’에서 선보인 악역 연기의 진수를 스크린에서도 완벽히 재연해낸다. 한마디로 ‘걸스카우트’는 ‘개 같은 날의 오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여성 영화의 저력을 확실히 재확인해주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