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이장과 군수

입력 : 2007.03.28 21:04

정겹다. 차승원·유해진 주연의 영화 ‘이장과 군수’를 가장 적확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다.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에 이어 장규성 감독의 ‘농촌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훈훈한 기운이 넘친다. 최근 충무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욕과 폭력을 버무린 억지 웃음은 없다.

장감독은 전작처럼 초반에 웃음, 결말에는 사회적인 문제제기와 감동을 함께 주려 노력한다. 전작에서 이런 점이 거슬렸지만 이제는 감독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새로운 점이 없기에 식상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웃음의 강도도 전편들에 비해 다소 약하다.

한적한 시골인 강촌 2리의 대표 노총각 조춘삼은 어느날 전임 이장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갑작스럽게 최연소 이장으로 뽑힌다. 어른들의 강요로 이장 업무를 수행하던 춘삼은 선거 벽보를 붙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꼬붕’ 노릇을 하던 노대규(유해진)가 군수 후보로 나선 걸 발견한다. 그리고 얼마 후 노대규가 최연소 군수가 되고 춘삼은 묘한 경쟁심과 시기심에 휩싸이게 된다. 어린 시절 지위에서 역전돼 만난 이들은 사사건건 부닥치게 된다.

차승원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을 차승원의 개인기에 의존한다. 차승원은 감독과 관객의 요구대로 유쾌한 오버 연기를 선보인다. 춘삼과 대규가 후반부 마을에 핵발전소 건립을 두고 벌이는 대결에서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큰 무리가 없다. 첫 주연을 맡은 유해진은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친다. 차승원과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밋밋해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형상화해낸다. 이외에 전원주·배일집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에 윤기를 더한다.

‘이장과 군수’는 이렇게 배우들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포복절도한 코미디를 원하는 일부 관객들에게 심심할 수 있다.

〈최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