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과 스무살 사이. 십대라고 하기엔 육체적으로 너무 성숙했고, 이십대라고 하기엔 뭔가 불안한 것이 많다. 부모들은 다 컸다고 이야기하면서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남기를 강요한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뭔지도 모르고 학교로 학원으로 쳇바퀴 돌듯이 이곳에 왔건만 아직 성숙한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한다. 막막하고 불안한 시기. 영화 ‘발레 교습소’(감독 변영주·제작 좋은영화) 는 그 어정쩡한 시기를 거치고 있는 불안한 청춘들의 단상을 그리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껄렁껄렁하며 노는 아이도 아닌 평범한 민재(윤계상). 항공기 기장인 아버지는 자신을 따라 항공과로 진학하기를 원한지만, 자신의 점수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안다. 집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제주도 수의학과로 원서를 낸 수진(김민정). 그렇지만 그는 강아지도 만지도 못하는 ‘숙맥’ 이다. 둘은 구민회관 발레교습소에서 만난다. 대학과 가족, 미래에 대해 불안한 이들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 그들에게 발레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집에서 도망치고 싶고, 어딘가 가고 싶은 데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처럼, 발레는 하나의 도피처일 따름이다. 점점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이들은 열아홉 살의 고비를 넘긴다.
‘발레교습소’ 는 제목대로라면 ‘춤’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 기둥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각 캐릭터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른도 아닌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스무살 또래들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말에 누구 하나 진정으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헐거움으로 세상에 부딪혀 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기력뿐이다.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수진은 사소한 시비로 동네 양아치에게 길바닥에서 모욕을 당한다. 민재는 죽은 엄마가 보고 싶어 외할머니의 잔소리에 벌컥 화를 내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을 몰라준다. 그들에겐 세상은 얄궂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쉽게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성장드라마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그들이 현실을 도피하려는 수단으로 왜 발레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가슴 절절한 애달음이 없다. 친구와의 갈등,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이기주의에 신물이 나지만, 그 안에서 같이 뒹굴어야 하는 아픔이 와 닿지 않는다. 애매하고 어정쩡한 끝맺음. 3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스포츠칸/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