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사랑과 연애’서로 다른 두 감정

입력 : 2006.09.06 22:09

여자에게 사랑이 운명이라면 남자에게 사랑은 선택사항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들에게는 연애와 사랑이 같은 의미지만 남자들은 언제나 둘을 구분한다. 올가을 첫 멜로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감독 김해곤, 제작 굿플레이어)은 연애로 시작했다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질퍽한 연애담을 그린다.

영화는 괄괄한 룸살롱 종업원 연아(장진영)가 무능한 백수 영운(김승우)에게 “나 오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추파를 던지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가볍게 시작된 연애는 4년이 지속되면서 둘의 관계는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다. 하지만 둘의 감정의 농도는 다르다. 연아에게 영운은 운명적인 사랑이지만 영운에게 연아는 좀더 깊은 연애상대일 뿐이다. 연아는 영운이 어머니의 강요로 다른 여자와 결혼해도 사랑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징글징글한 이 비극적인 사랑의 열차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간다.

‘파이란’의 시나리오를 쓴 김해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연애…’는 가공되지 않는 사랑의 아스라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혀끝을 톡 쏘면서 목젖을 넘어가게 되면 가슴에 불을 지피는 소주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초반부 연애 장면에서 밝게 웃다가 후반부 관계의 종말에 눈물짓게 한다.

김승우와 장진영 두 주연배우의 명연기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 움직인다. 특히 사연 많은 ‘화류계 여자’로 변신한 장진영의 열연이 돋보인다. 대책없이 사랑하다가 결국 버림받는 여인의 감정을 완벽하게 형상화한다. 김승우도 작정한 듯, 욕먹을 만한 영운 캐릭터를 얄밉게 연기해낸다. 영화가 지루해질 중반부 지점에서도 완전히 캐릭터가 돼 살아 움직이는 두 배우가 관객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연애…’는 올가을 연인 관객들에게 제격인 작품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