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감동과 재미 ‘절묘한 앙상블’](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9/20/6a2192a-center.jpg)
밤하늘의 별은 누군가 비쳐줘야만 제대로 빛을 낼 수 있다. 아무도 없이 독야청청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없다. 이런 자연의 오묘한 섭리는 인간 관계에서도 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스타나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치가 뒤에는 이들이 빛나도록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이들이 있다.
안성기·박중훈 주연의 영화 ‘라디오 스타’는 서로에게 빛을 비춰줄 때 가장 아름다운 두 남자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물이다. 1988년 가수왕이었지만 이제 한물 간 록가수 최곤(박중훈)과 인간적인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20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 박민수는 시도때도 없이 사고를 치는 최곤의 뒷수습을 하느라 바람 잘 날이 없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됐을 때 최곤이 강원도 영월 지역방송의 DJ를 맡으면서 반전의 기회를 갖게 된다.
‘라디오 스타’는 우선 너무나도 착한 영화다. 가수와 매니저를 소재로 삼았지만 연예인의 애환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착각한 한 남자가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뭔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그의 매니저와 방송국 직원, 생방송으로 연결되는 영월 주민들의 갖가지 웃음과 눈물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모든 걸 손에 쥐려고 발버둥치기보다 그냥 놓았을 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손안에 들어온다는 삶의 진리를 가르쳐준다.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어 네번째로, ‘인정사정…’ 이후 7년 만에 만난 안성기와 박중훈은 기대한 대로 환상적인 호흡을 펼친다. 살아 숨쉬는 연기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특히 최곤이 방송을 통해 자신을 떠나간 박민수를 찾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두 배우의 페이소스 넘치는 연기는 소름끼치도록 리얼하다. 김밥을 먹으면서도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세밀히 표현해내는 안성기의 연기는 압권이다. 최정윤·윤주상·정규수·한여운 등 조연배우들의 열연도 칭찬받을 만하다.
‘왕의 남자’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은 ‘장인’에 다다른 연출력을 선보인다. 러닝타임 내내 감동과 웃음을 쉴 새 없이 주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상업영화의 본분인 오락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솜씨좋게 드러낸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순수한 감정에서 그의 진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라디오 스타’는 보고나면 상큼한 감동의 여운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을 작품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