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일본이 없어진다? 간접 희열 가득](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8/30/6a3184b.jpg)
일본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영화 ‘일본침몰’은 간단하지만 무시무시한 이 한마디의 ‘컨셉트’에서 출발한 영화다.
영화는 일본이 지각변동으로 가라앉는 1년 동안 벌어지는 국가적 혼란과 이를 막으려는 해저탐사선 파일럿(구사나기 쓰요시)과 소방대원(시바사키 고우)의 분투를 그린다.
지진을 늘 겪는 일본인에게 영화 속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강 건너 불 구경’에 해당하는 한국 관객에게는 기묘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반일감정’이라는 영화 외적인 요인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뭇 한국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2시간20분 동안 고이즈미를 닮은 일본 정치가는 불꽃 속에서 즉사하는가 하면, 막강한 자위대와 일본인은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무더기로 죽어나간다. ‘가메라’ ‘에반게리온’ 등을 만든 감독과 제작진은 자신들의 만화에서 그러했듯이 첨단 CG와 특수효과로 일본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그러나 ‘일본침몰’은 마냥 ‘남의 이야기’로 볼 수만은 없다. 근육질 액션배우들이 고난을 헤쳐나가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와 달리 같은 동양인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무력하게 죽어나가 기묘한 기시감이 든다.
이뿐만 아니다. 국가적 재난을 앞두고 홀로 외국으로 도피하는 정치가, 엉터리 대책만 내놓는 관료들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고향땅을 떠나지 않겠다는 시골 노인들의 모습은 한국과도 닮았다. 자신의 몸을 바쳐 인명을 구하는 양심적 개인들의 노력도 그러하다.
〈이종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