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 아파트, 원작에 상처준 공포없는 공포물](http://images.khan.co.kr/article/2006/07/05/6a0684c.jpg)
공포영화는 우선 무서워야 한다. 공포영화가 무서우려면 사람의 심리를 꿰뚤어보는 감각적인 연출, 재미있는 이야기, 오감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완비돼야 한다. 세 가지 요소 가운데 한 가지가 빠진다면 김빠진 콜라 같은 영화가 되고 만다.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를 보는 게 따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강풀의 인기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아파트’(감독 안병기, 제작 토일렛픽쳐스·영화세상)는 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가위’ ‘폰’을 만든 안병기 감독이 연출을 맡고 톱스타 고소영이 이 영화로 5년 만에 컴백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완성된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우선 전혀 무섭지 않다. 전작 ‘분신사바’에서 내러티브의 허술함 때문에 집중 공격당했던 안병기 감독은 영화의 만듦새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관객들이 공포를 느낄 타이밍을 매번 놓친다. 외양은 번듯하지만 속은 텅 빈 느낌을 갖게 한다.
영화는 디스플레이 디자이너 세진(고소영)이 건너편 아파트에서 매일 오후 9시56분에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가면서 진행된다. 세진은 이 과정에서 홀로 사는 장애인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를 둘러싼 이웃들의 묘한 관계를 눈치채게 된다.
안병기 감독은 러닝 타임 내내 주연배우 고소영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하지만 연기생활 13년만에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고소영에게는 너무 큰 요구였던 것만 같다. 화면에 나오는 모습은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아름답지만 연기력은 대표작 ‘비트’ 때에서 한 걸음도 진보하지 못했다. 이영애 등 같은 시대에 데뷔한 배우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연륜의 힘을 도무지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더한다. 오히려 영화 속에서 사건의 열쇠를 쥔 장희진이 더 돋보인다.
총체적으로 영화 ‘아파트’는 수많은 원작 만화 마니아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범작이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