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으로]‘스카우트’, 유머통해 시대의 아픔 그려](http://images.khan.co.kr/article/2007/11/07/7k0892a.jpg)
한국전쟁,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역사적인 큰 사건들이 일어나도 일반 민초들은 자신의 삶을 살았다. 전쟁이 일어나도 시장에서 떡을 파는 사람이 있었고 연인들은 둘이 모여 사랑을 속삭였다. 영화 ‘스카우트’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큰 사건을 역사적 입장에서 바라본 게 아니라 개인의 관점에서 그린 영화다. 겉으로는 선동열 대학 입학을 둘러싼 스카우트 전쟁을 둘러싼 소동에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어두웠던 군사 독재 시절에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들의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대학교 체육부에서 근무하는 이호창(임창정)은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나기 10일 전 ‘괴물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온다. 광주에서 그는 7년 전 갑자기 이별을 고한 대학 후배 세영(엄지원)을 오랜만에 만나 아직 자신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상대 대학과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던 호창은 세영과의 여러 번 만남을 통해 이별을 둘러싼 의문을 풀게 된다. 하지만 두 연인에게 5·18 민주화항쟁이라는 큰 사건이 다가온다.
‘YMCA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에서 톡톡 튀는 유머와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김현석 감독은 ‘스카우트’에서 유머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그린다. 야심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결과물은 절반의 성공이다. 우선 5·18 민주화항쟁이라는 소재가 주는 압박감이 컸는지 전작들보다 유머가 다소 부족하다. 그렇다고 후반부 감동이 큰 건 아니다. 시대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청춘들의 아픔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초반부 선동열 영입을 둘러싼 당시 시대 상황 때문에 한참 웃다가 세영이 7년 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지는 후반부에는 가슴이 짠해진다. 그러나 감정을 극대화하는 한방이 없다. 웃음 속에 페이소스를 느낄 수 없다. 어쩌면 ‘충무로의 재간꾼’ 김현석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기 때문일 수 있다.
연기 호흡은 기대대로 뛰어나다. 임창정은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준다. 인간적인 소시민의 비애를 특유의 낙천성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낸다. 그가 왜 매 작품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작품이 조금만 더 감정적인 울림을 주었다면 그의 대표작이 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