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만날 때마다 술에 취해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하고 아무리 챙겨줘도 고마운 줄 모른다. 하룻밤의 사고로 결혼에 이르지만 신혼 여행 다녀온 다음날로 젊은 남자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 남자에게 가고 싶어 이혼당하려 술주정을 더욱 심하게 부리고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또한 그 남자가 골라준 소파를 사다가 신혼집에 놓고 남편 물건을 내다버리려 한다.
![[영화속으로]내 생애 최악의 남자](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29/7h3092d.jpg)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감독 손현희, 제작 CK픽쳐스·게이트픽쳐스)의 여주인공 오주연(염정아)은 한마디로 모든 남성들에겐 악몽 같은 존재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란 영화 제목이 ‘내 생애 최악의 여자’의 역설법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지극히 이기적인 여자 오주연과 ‘주관’이란 단어는 술국 속에 빠뜨린 것 같은 소심한 남자 성태(탁재훈)가 하룻밤 사고로 확신 없이 결혼했다가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철없는 남녀가 결혼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일종의 ‘성장 영화’다.
나이에 떠밀려 결혼하는 과년한 미혼 남녀들이 고민하는 “결혼 후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이란 가정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신선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무책임한 영화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행동은 도무지 공감하기 힘들다. 주인공들은 아무리 코미디지만 서른을 넘은 성인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유치한 행동을 선보인다. 처음에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짜증이 난다.
이런 영화의 단점을 코믹 연기의 달인인 탁재훈과 염정아가 메워준다. 두 배우는 서로 완벽한 연기호흡을 보이며 공감하기 힘든 설정들을 무난히 넘어가게 만든다. 특히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탁재훈은 미묘한 내면 심리 연기도 선보이며 영화배우로서 확실히 자리잡는다. 주연·성태 부부가 결혼 후 만나는 이상형을 연기한 신인 윤지민과 신성록도 모든 관객들이 마음을 뺏길 만큼 매력적이다. 이렇게 배우들의 매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무난히 볼 수도 있다.
![[영화속으로]내 생애 최악의 남자](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29/7h3092e.jpg)
그러나 현대 젊은 부부들의 달콤 쌉싸래한 자화상을 그릴 수 있었던 소재를 단순하고 평범한 코미디로 전락시킨 게 무척 아쉽다. 좀더 고민이 있었다면 1990년대 초 젊은 남녀들을 열광시킨 최민수·심혜진 주연의 ‘결혼 이야기’의 2007년판이 될 수 있었다. 젊은 관객들로부터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최재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