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 홍미란 홍정은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이 아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조선시대 허균이 쓴 ‘홍길동’을 패러디한 KBS2 수목극 ‘쾌도 홍길동’에서 그 진수가 발휘된다.
‘쾌도 홍길동’의 주된 흐름은 고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자로 태어난 길동은 호부호형을 하지 못한다. 집을 떠나 활빈당을 이끄는 길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한 모습으로 새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홍미란 홍정은 작가는 고전 ‘홍길동’을 절묘하게 비틀어 현대극으로도 결코 손색없는 완성도를 가진 퓨전사극을 만들어냈다.
![[TView]‘쾌도 홍길동’의 발칙한 상상력](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3/25/20080326.02500102000003.01M.jpg)
‘쾌도 홍길동’은 주인공 길동(강지환) 이외에 이녹(성유리)과 창휘(장근석)라는 새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고전에 없던 남녀의 애정 문제를 곁들여 드라마의 재미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세 사람을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들까지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는 시청자들이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만드는 매력이다. 길동의 집안 갈등, 이녹의 출생의 비밀, 창휘의 왕이 되기 위한 노력 등 따로 떼어 놓고 봐도 모자랄 게 없는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여기에 길동과 이녹, 창휘가 비록 겉모습은 달라보일지 몰라도 각자의 아픔을 간직한 채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는 청춘들이라는 공통점은 묘한 여운을 갖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효녀 심청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전래동화인 ‘장화 홍련’을 떠오르게 하는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재치는 역시 퓨전사극답다는 탄성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길동의 선글라스 등 다소 파격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비롯해 CF 패러디, 알라뷰(길동과 이녹만의 은어), 골프 장면, 청나라에서 수입한 가마 이야기 등 현대적 요소를 적절하게 차용한다.
비록 시청률 고공행진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쾌도 홍길동’은 새로운 드라마를 원했던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킨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