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으로 운명 바뀐 자매 ‘…민자’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간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청자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 재벌 2세가 되기도 하고, 비련의 여인이 되기도 한다. 그 양상은 최근 조금 더 복잡해졌다. 주인공들끼리 운명이 뒤바뀌는 경우가 등장하는 것이다. 아무 일이 없을 것 같던 주인공의 인생은 조그만 실수 때문에 크게 뒤바뀐다. 이는 잔잔하던 이야기에 파문을 일으키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부른다.
![[TView]‘뒤바뀐 운명’ 소재 드라마 봇물](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4/21/20080422.02500102000003.01M.jpg)
21일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극본 윤정건·연출 곽영범)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 차화연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맞선자리에 배탈이 나 동생을 내보내면서 동생과 운명이 바뀌어버린 민자(차화연)의 삶을 다룬다. 사고뭉치였던 동생 애자(이응경)는 맞선자리에 대신 나가 단숨에 재벌가 사모님으로 지위가 격상된다. 또한 SBS 아침드라마 ‘물병자리’(극본 김두삼, 이주희·연출 김수룡)도 비슷한 플롯을 따른다. 보육원 출신으로 친자매처럼 살아왔던 은서(임정은)와 은영(하주희)은 교통사고로 운명이 뒤바뀐다. 은영은 은서의 빈자리를 메우며 극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렇게 인위적인 착오나 사고를 통해 운명이 바뀌는 경우 외에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MBC 드라마 ‘누구세요’(극본 배유미·연출 신현창, 노종찬)가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 영화의 소재로 다뤄지곤 하던 빙의(憑依:영혼이 옮겨붙는 일)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극중 냉철한 사업가인 주인공 차승효(윤계상)는 하루 세 시간 자신의 몸을 빌리는 손일건(강남길)의 영혼 때문에 극과 극의 성격을 오가며 극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하고 있다. 2006년 방송된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극본 최순식·연출 한정환)도 같은 소재를 다뤘다.
드라마의 소재는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찾기 마련인데 최근은 이 ‘뒤바뀐 운명’이 대세로 떠오른 듯하다. 기존에 형성돼 있는 갈등구조에 뒤바뀐 운명에 의한 갈등구조를 덧씌워 훨씬 다층적인 줄거리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작용한 것이다. 과연 이러한 형식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 방송가의 관심은 뜨겁다.
〈 하경헌기자 〉
